대법, 도입 11년 만에 소송 허가
대표자 승소하면 전원 배상받아
증권집단소송이 2005년 도입된 지 11년 만에 처음으로 집단소송 재판이 열린다. 증권집단소송은 증권시장에서 부정행위로 투자 손실을 입은 피해자가 50명 이상일 경우 그 대표자가 소송을 내서 이기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함께 배상을 받는 제도로, 남발을 막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원금 손실을 입은 양모(61)씨 등 2명이 “고의로 만기 상환기준일에 주식을 대량 매도해 피해를 줬다”며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 허가신청의 재항고심에서 소송을 허가한 원심 결정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가 심리를 맡는다.
양씨 등 437명은 2008년 4월 한화증권(현 한화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상품에 68억7,6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SK보통주 주가가 만기 시점에 기준가격의 75%(11만9,625원)이면 22%의 수익금을 받고, 그 아래면 투자원금 손실을 입는 것으로 설계됐다.
만기일에 SK보통주 주가는 기준가격보다 높았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한화증권과 ‘상환금 지급 위험을 피하기 위한 운용계약(백투백 헤지)’을 체결한 RBC가 해당 주식을 대량 매도, 주가는 11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원금의 74.6%인 51억여원만 돌려받게 됐다. RBC의 행위는 고의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시세 조종이 없었다면 83억원이 투자자들에게 돌아갔어야 했다. 금융감독원은 ‘수익률 조작 의혹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양씨 등은 법원에 한화증권과 RBC를 상대로 한 증권집단소송 허가를 신청했다.
이 집단소송은 2010년 1월 1심에 처음 접수된 이후 재판을 연다는 결정이 나기까지 6년에 걸쳐 5차례 재판이 열렸다. 1ㆍ2심은 “시세 조종 후에 투자가 이뤄졌을 경우에만 소송이 가능하다”며 집단소송을 불허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투자 이후라도 RBC 행위가 투자자의 권리 행사나 조건 성취에 영향을 줬다면 집단소송이 가능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단대로 소송을 허가했고, RBC는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 허가 확정 판결로 법원은 17일까지 피해자 전원에 소송 허가 결정을 알려야 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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