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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경쟁 대신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워요”

입력
2016.04.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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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나눔 ‘꿈꾸는 자들의 마케팅 학교’

脫스펙 능력중심 선발이 성과 더 좋아

민간 취업시장에선 학벌사회 벽 공고

마케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실무형 대안학교가 있다. ‘꿈꾸는 자들의 마케팅 학교(Dreamer's Marketing SchoolㆍDMS)’. 패션 대기업 임원인 이관섭씨가 교장이다. 그를 포함한 교수진 6명은 마케팅 전략, 광고, 창업, SNS, 글로벌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업계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 쉬는 주말을 이용해 무료로 강의한다. 재능기부인 셈이다. 교무부장과 다섯 명의 멘토(대부분 대기업 마케팅 부서의 대리급 사원), 조교(DMS 졸업생)까지 모두 자원봉사자다.

한 학기 동안 격주로 토요일마다 강의가 이어지는데, 전국에서 모인 25명의 학생들이 빠짐없이 참석할 정도로 열의가 높다. “DMS는 내가 남보다 나음을 증명하는 그런 경쟁의 장이 아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이 느끼고 배우는 곳이다.”(이 교장) 이런 배움과 성장은 학생뿐 아니라 교수나 멘토에게도 해당한다. 그래서 이들은 ‘재능기부’ 대신 ‘재능 나눔’이라는 표현을 쓴다. “학생들한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오랜 직장 생활로 다소 나태해진 삶에 긍정적인 자극과 열정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가 아닌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 학교의 제1 운영원칙은 ‘경쟁보다 성장’이다. 취업을 위한 스킬이나 마케팅 능력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생선배로서 조언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받아주진 않는다. DMS에 들어가려면 2.5~3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현 기수도 70여 지원자 중 지원서와 면접으로 25명을 뽑았다. 출신학교나 전공, 외국어 성적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의 깊이만 본다. 이른바 탈(脫) 스펙 능력중심의 선발이다. 교수진 스스로 2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벌이나 스펙의 무가치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 성장해갈 수 있는 학생을 뽑는다.”

이런 방식으로 입학전형을 해보니 매 기수 3분의 1 내지 절반 가량이 지방대학 출신이다. 이번 기수 25명의 출신대학은 19개, 전공은 18개로 다양하다. 미대, 음대, 공대생도 있다. 이른바 SKY 출신은 서너 명. 마케팅 이론을 섭렵한 경영학과 출신도 서너 명에 불과하다. 졸업식은 함께 성장했음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다. DMS를 마친 학생들은 “날 선 경쟁이 아닐 때 오히려 더 크게 얻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경험을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들의 꿈과 열정을 쉬 받아주지 않는다. 이 교장은 “당장 뽑아서 쓰고 싶은 인재들이 많지만,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수십 번씩 탈락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최근 정부기관과 경제단체,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능력중심 채용 실천 대국민 선포식’을 열었다. 직무능력과 상관없는 가족관계, 출신지역, 출신대학 등의 기재나 과도한 스펙 요구를 지양하고 명확한 선발기준을 사전 공지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실제 지원서에 학점이나 영어성적 등을 기입하지 않고 탈스펙 채용을 진행한 공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이직률 감소, 출신대학 다양화,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많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민간에선 아직도 학벌사회의 벽에 갇힌 채용 관행이 공고하다. ‘헬조선’ ‘흙수저’ 등이 유행어가 될 만큼 20대 청년들은 자신의 능력을 공정하고 차별 없이 발휘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부모 경제력이 학벌을 대물림 하는 지금 같은 구조에서 교육 기회가 평등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여기에 취업 기회마저 학벌이나 스펙에 의해 결정된다면 청년들의 절망과 고통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 청년들에게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고재학국장02] 고재학 논설위원 /2016-01-15(한국일보)/2016-01-15(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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