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인수 6개월 만에…
막강 자금력ㆍ中정치권 비호 업고
국내외 M&A 시장 공룡 급성장
국내 생보업계 5위권 진입 눈앞
“금융 노하우ㆍ콘텐츠 노린 듯” 評
업계, 경험 못한 경쟁자에 긴장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에 이어 생명보험업계 11위권인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다. 동양생명을 인수한 지 6개월 만이다. 단숨에 국내 생보업계 5위권에 진입하게 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안방보험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 국가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는 안방보험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안방보험그룹은 6일 오전 독일 알리안츠그룹으로부터 알리안츠생명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인수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2,000억~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8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실적 악화로 매각이 추진돼 왔다. 실사 등 남은 절차를 거쳐 금융당국의 대주주변경 승인이 나면 인수가 마무리된다.
안방보험이 국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건 2014년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다른 경쟁자가 없어 인수가 무산됐다. 동양생명을 지난해 1조1,319억원에 인수하면서 중국 자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금융권에 진출했고 이후 매각설이 흘러 나오는 기업들의 유력 인수 후보자로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방보험은 해외에서도 M&A 시장의 큰 손이다. 앞서 미국의 피델리티&개런티생명보험과 네덜란드의 비바트보험, 벨기에의 델타로이드은행 등을 사들였다. 미국의 스트래티직호텔과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 등 호텔 인수에도 뛰어들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스타우드호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막판에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몸값만 높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중국 정치권의 비호가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 손녀의 사위로 알려져 있다. 안방보험은 2004년 설립돼 중국 내 5위, 전 세계 10위권 안팎의 대형 종합 보험사로 성장했다. 일각에선 안방보험의 재무구조에 대해 강한 의구심도 제기한다. 비상장사인 안방보험은 회계법인 감사를 받지 않는데다, 최근 잇단 해외 M&A로 빚이 크게 늘며 재무구조가 악화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방보험이 한국 금융권으로 자꾸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제조업과 달리 아직은 뒤처져있는 금융시장의 노하우를 한국에서 배우겠다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글로벌비즈팀장은 “전산시스템이나 금융상품 등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노하우와 콘텐츠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중국 자본의 한국 진출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안방보험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화 상태인 한국 보험시장에 중국이라는 막강한 자본이 들어오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기존 미국과 유럽계 보험사와 달리 ‘중국계 보험사’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경쟁자의 등장에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국내 보험시장에 어떤 영업 전략을 가지고 뛰어들고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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