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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사고 싶은데... 한국에서 '마이카' 될 수 있을까?

입력
2016.04.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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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
테슬라 모델3.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내놓은 4,000만원대 보급형 세단 전기 자동차인 ‘모델3’의 열풍이 뜨겁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부터 시작된 모델3의 예약 주문량은 사흘 만에 27만대에 이르렀다.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약 13조원 규모다. 정작 출시는 2017년 말에나 된다.

전세계 언론들은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둔 테슬라의 모델 3 예약 판매를 애플의 첫 아이폰 출시에 비교하며 자동차 산업의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휴대폰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모델 3도 아이폰 못지 않게 자동차 문화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혁신적 도구로 보고 있다.

국내의 관심도 뜨겁다. 이번 모델3 출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고 1,200만~1,900만원에 이르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감안하면 현재 4,000만원대인 모델3를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들은 1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여서 국내 진입에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가격 장벽을 모델 3가 허물게 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페사데나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많은 고객들이 '테슬라 모델3' 예약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이루고 앉아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페사데나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많은 고객들이 '테슬라 모델3' 예약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이루고 앉아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가격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국내 출시는 2018년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직 국내 출고 가격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고 2018년에 정부 보조금이 얼마나 될 지는 더더욱 모른다. 2018년 정부 보조금은 2017년 말에 결정된다. 지난해 1,500만원이었던 정부 보조금은 올해 1,200만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 한국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다

보조금 외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또 있다. 한국에서 전기차 충전소는 충분할까? 유지비는 정말 휘발유 차량보다 저렴할까?

충전중인 성남시의 관용 전기 자동차. 올해부터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민간 보급에 나선 성남시에도 현재 공용 전기차 충전소는 3곳에 불과하다. 성남시 환경정책과
충전중인 성남시의 관용 전기 자동차. 올해부터 인천과 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민간 보급에 나선 성남시에도 현재 공용 전기차 충전소는 3곳에 불과하다. 성남시 환경정책과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까지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5,767대다. 이 중 63.9%는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인 제주와 서울에 집중됐다. 차종은 르노삼성의 ‘SM3 Z.E.'와 기아 ‘소울’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보통 전기차는 7km/h의 완속 충전으로 최대 6시간 내외, 급속 충전으로 30분이 걸린다. 완충시 SM3 Z.E.는 최대 135km, 소울은 148km를 달릴 수 있다. 물론 냉·난방 장치를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더 짧아진다.

단순 출퇴근 용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면 완속 충전기로 밤새 충전이 가능하지만 장거리 주행을 할 경우 급속 충전소가 필수다. 그러나 급속 충전기의 숫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현재 환경부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국에 337기의 급속충전기를 운영중이다. 전기차 1대당 급속충전기 숫자는 0.06기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전기차 급속충전소 현황.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캡쳐
서울시의 전기차 급속충전소 현황.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캡쳐

미국에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41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미국 에너지부의 대안연료데이터센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1만2,880곳의 전기차 충전소에 3만1,792대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 테슬라는 모델S를 30분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를 미국 전역에 설치했다. 6일 현재 613곳의 충전소에서 3,628대의 슈퍼차저가 설치돼 있다. 슈퍼차저 이용비는 테슬라에서 구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즉, 테슬라 차량을 구입한 사람들은 슈퍼차저만 이용할 경우 연료비 제로(0)인 셈이다.

현재 테슬라의 슈퍼차저 설치 현황. 테슬라 홈페이지 캡쳐
현재 테슬라의 슈퍼차저 설치 현황. 테슬라 홈페이지 캡쳐

전기차 정책은 정부지원에서 민간 주도로

우리나라의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그동안 무료로 운영되다가 11일부터 전면 유료로 전환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기차 급속충전기 유료 전환 계획을 밝히고 kw/h당 313.1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1kw/h로 4.4km 주행이 가능한 SM3 Z.E.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를 달리면 약 2만 8,46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전기차 급속충전소 전면 유료화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속충전기까지 과금하면 전기차 구매욕구를 꺾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차량 가격이 비싸고 충전이 불편한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유가 바로 저렴한 유지비 때문인데 유지비가 상승하면 전기차 구매의 장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공청회를 통해 결정한 비용도 유가하락을 고려하지 못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한 전기차 소유자는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 게시판에 "리터당 1,200원대인 저유가 시대에 연비가 좋은 최신 경유차를 타는 것이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며 "전기차는 냉·난방을 사용하면 연비가 더 떨어지는데다 급속충전을 해도 30분이상 걸리는데 비용까지 더 들면 누가 전기차를 사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부는 급속충전기를 도로운행 중 긴급 충전에 대비한 목적으로 설치했으며 이를 유료화하면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충전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환경부는 정부 의존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전기차 보급 정책을 바꾸겠다며 지난해 6월부터 서울과 제주, 창원에 급속 충전소 보급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천국' 노르웨이에선 고속도로 통행료도 무료

인구 520만명인 노르웨이는 정부가 적극적인 보급정책을 펼쳐 7만여대의 전기차가 다닌다. 전기차 천국 소리를 듣는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세를 부과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각종 기준에 따라 부가가치세(25%)와 자동차 취득세를 면제해 준다. 페리 이용료는 물론 고속도로 통행료 역시 무료다. 전기차는 공용주차장에 무료 주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버스전용차선까지 사용 가능하다. 법인차량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세금의 50%를 감면해준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면 인프라 확대 및 가격 지원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테슬라 모델3가 한국에 본격 상륙할 2018년, 한국의 전기차 생태계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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