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사태다. 온 천지에 꽃향이 그윽하다. 꽃폭죽이 터진 지금 어딘들 아름답지 않겠는가. 전국의 산하에서 펼쳐지는 꽃축제장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주말이면 고속도로 정체가 심각하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황홀한 꽃 축제를 즐기고 여유 있게 싱그러운 봄을 맞을 수는 없을까. 서울에서 멀지 않은 수목원들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지난 1일 개원한 곤지암리조트의 화담숲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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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 입구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까 고심하는데 직원분들이 웬만하면 걸어 오르라 권한다. 산행이 크게 무리되지 않고 볼거리가 많으니 쉬엄쉬엄 봄을 만끽하란다. 미소가 예쁜 직원의 조언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이끼원 옆으로 산책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종을 보유한 이끼정원이란다. 아직은 제 색이 나오지 않았다. 봄이 무르익으면 융단처럼 깔린 이끼에도 물이 오를 것이다.
이끼원 옆으로 이어진 물길의 이름은 가재계곡. 주변으론 단풍나무와 철쭉 진달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꽃나무 가지 끝에선 이제 막 꽃이 터지기 직전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휘휘 올라가 만나는 곳은 ‘약속의 다리’. 화담숲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다리엔 자물쇠를 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자물쇠 자판기도 있고, 연인의 이름을 적을 매직펜도 준비돼 있다. 사랑을 언약한 자물쇠들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그 열쇠를 보관해줄 우체통이 기다린다.
다리 위에서 계곡을 내려다 본다. 계곡물 곳곳에 노란 수선화가 피어나 하느작거린다. 따뜻해진 날씨에 숲을 찾은 상춘객은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며 여유를 즐긴다. 언제 겨울이 지나갔는지 기억이 아련하다.
진달래 철쭉원을 지나 오르면 모노레일 하차장. 만일 모노레일을 타고 왔다면 지금껏 보고 온 그 아늑한 봄풍경을 모두 놓칠 뻔했다. 쉬엄쉬엄 올라왔기에 힘도 들지 않았다. 굳이 걸어 오르라 권했던 그 직원이 고마웠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보통 평지에 자리한 다른 수목원, 식물원과 달리 화담숲은 산을 오르내리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등산을 한 느낌 말이다. 높이에 따라 자연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화담숲은 봄꽃 말고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산책길을 따라 만나는 17개 테마원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조팝나무 팥꽃나무 가득한 암석원, 모과나무 매화나무 아래 아기자기한 인형이 전시된 ‘추억의 정원’도 들러볼 만하다.
한 바퀴 다 둘러봤으면 입구 옆 곤충생태관과 민물고기생태관을 구경하며 마무리하길. 곤충생태관에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같은 곤충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민물고기생태관은 8일 처음 문을 연다. 한강의 상류부터 하류까지의 생태계를 주제로 한 전시관이다. 네이처 아쿠아리움 기법이 적용된 전시실이 이색적이다. 한계령 백담사 등의 풍광을 수조에 담았다. 물고기 노니는 갤러리 수조를 감상하는 재미가 독특하다.
곤지암리조트 화담숲 (031)8026-6666,7
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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