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은 왔는데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싸늘하고 차갑고 단단한 엄동설한이 따로 없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법타 스님은 6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에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14일)을 맞아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남북불교가 각각 남과 북에서 동시에 법회를 열고 공동발원문 채택 및 연등달기 등을 함께 추진하자”고 공개 제안하며 이렇게 말했다.
남북 불교계는 2000년부터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공동법회, 공동발원문 발표 등을 해왔으나, 최근 수년간 남북관계 경색으로 공동행사을 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법타 스님은 “올해는 특히 개성공단 폐쇄, 대북 제재강화 등으로 팩스전송 등 모든 연락 수단이 차단돼 공개 제안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며 “30여 년 간 통일운동을 해왔지만 지금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숨을 쉬지 못하는 무간지옥을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민추본 본부장에 임명된 법타 스님은 사단법인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를 이끌며 1997년 북한 황해도에 금강국수공장을 설립하는 등 민간지원을 이어 온 불교계의 북한통이다. 1989년 6월 평양축전을 시작으로 북한 방문이 약 60회에 이른다. 그는 “여러 민간 단체들이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애쓰지만, 과거 역사와 정서를 공유하는 불교계는 특히 거부감 없이 북측과 소통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만큼 불교계가 대북활동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무감, 책임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민추본은 공동법회와 관련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남북화해와 금강산 관광 재개 기원 캠페인을 추진한다. 이의 일환으로 남측의 지원으로 복원된 금강산 신계사 복원 9주년 기념일인 10월 13일께 방북 순례에 참가할 참가단 1,200여명을 모집한다. 불교계에서 통일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불교통일교육과정도 설치한다. 법타 스님은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불교계 나름의 다양한 활동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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