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목숨 걸고 적과 싸우겠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한 김정원(24) 하사가 부상을 딛고 사이버 전사로 다시 태어났다. 국방부는 6일 “김 하사가 재활치료를 모두 끝내고 올해 초 국군사이버사령부로 전입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로, 날로 기승을 부리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맞서 우리 군의 전산망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김 하사는 발목 수술과 두 달간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퇴원했다. 당시 인터뷰 도중 밝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걷고, 의족을 찬 다리로 펄쩍 뛰어올라 최전방 정예 수색대대 출신다운 기개를 보이며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더 이상 거친 환경의 야전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사이버사령부 근무를 자원했다. 김 하사는 “이제 DMZ에서는 적과 맞서기 어렵게 됐다는 생각에 ‘그렇다면 사이버 공간에서 적과 싸우겠다’고 결심하고 사이버사령부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이제 정들었던 야전생활을 뒤로 하고 사이버 보안의 기본기를 하나씩 익히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주말에는 한강변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몸의 유연성을 키우고자 요가를 할 정도로 거동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살이 좀 찐 것 같아 살을 빼려고 여러가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사령부에서 제2의 군생활을 시작한 김 하사는 새로운 출발선에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의 목표는 군인으로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김 하사는 “군인에게는 부대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그것뿐”이라고 다짐했다.
김 하사는 DMZ 지뢰도발 당시 수색팀 선두에서 추진철책 통문 밖으로 나가던 중, 뒤따르던 하재헌(22) 하사가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크게 다치자 그를 후송하다가 2차 지뢰폭발로 부상을 입었다. 하 하사는 지난해 12월 김 하사에 이어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해, 현재 국군수도병원에서 마무리치료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하 하사도 모든 치료를 마치는 대로 부대로 복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어느 곳으로 배치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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