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두열 전 롯데 코치. /사진=롯데
신장암으로 투병 중인 1984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유두열(60) 전 롯데 코치가 5일 부산 홈 개막전 시구를 위해 사직구장에 섰다.
비록 18.44m의 마운드 위는 아니지만 몇 발짝 앞에서 던진 공은 정확히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꽂혔고, 유 전 코치는 그때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시구를 마친 뒤 "오랜 만에 시구를 하니까 마음이 설렜다"며 "사직야구장을 찾은 것은 2007년 이후 9년 만"이라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시구 전까지 유 전 코치는 걱정이 많았다. 이달 초 개막전 시구 제의를 받고 캐치볼을 해봤는데 몸이 약해진 탓에 어깨가 아팠다. 유 전 코치는 "(복용 중인) 약이 참 독하다"면서 "마운드에서는 도저히 던지지 못할 것 같았고 그 앞에서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자고 했는데 잘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유 전 코치가 암을 발견한 것은 2014년 9월이다. 병원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신장에서 13㎝가 넘는 암 덩어리가 발견됐다. 신장에서 시작한 암은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장기에도 넓게 퍼진 상태라 수술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유 전 코치는 "처음엔 몸무게가 엄청 빠졌다"면서 "음식 냄새도 맡기 싫어 못 먹었다.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진단을 받았는데 암이라고 하더라"고 돌이켜봤다.
주변에 일절 아프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칩거 생활을 하던 그는 박정태 롯데 전 2군 감독의 전화를 받은 이후부터 밖으로 나왔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코치는 지난해 12월 '유두열 전 코치 돕기 자선행사'를 주최했고, 롯데 후배들과 구단 관계자도 참석해 쾌유를 빌었다. 유 전 코치는 "암이라는 것을 덤덤하게 생각하려고 한다"면서 "현재 살을 찌우기 위해 독한 약을 먹고 하루에 세끼를 열심히 먹고 있다. 몸무게가 예전만큼 돌아왔다. 선수 시절 몸무게가 71㎏였는데 지금은 67~68㎏까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 팬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존재다. 1984년 롯데와 삼성이 맞붙었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롯데가 3-4로 뒤지던 8회초에 터뜨린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은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한국시리즈 전적 3승3패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롯데는 이날 유 전 코치의 홈런 한 방으로 창단 이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그는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팬들은 유 전 코치가 7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친 것처럼 건강도 역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유 전 코치는 "7차전 영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울컥해 눈물을 흘린다"며 "시구할 때도 뭉클했는데 눈물을 흘리더라도 마치고 흘리자는 마음이었다. 야구계와 팬들이 '건강도 역전 홈런을 치라'고 응원을 해주니까 독하게 마음 먹고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해 홈 개막전 시구를 내가 했으니까 올해는 틀림 없이 가을 야구를 할 것"이라면서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와 응원을 해주길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부산=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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