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극 '태양의 후예'(태후)에는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 구원커플(진구-김지원)만큼이나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또 하나의 커플이 있다. 바로 송 닥터와 허 간호사. 두 캐릭터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며 극중 가장 현실적인 커플로 사랑 받고 있다. 송 닥터를 연기한 배우 이승준은 "세상에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런 극소수가 나에게 꽂혔다. 감사할 뿐이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집에서 방송을 챙겨보나.
"사전제작이라 되게 이상하다. 나는 내가 연기한 걸 잘 못 본다. 아내가 가장 객관적으로 봐준다. 송중기, 진구 이야기는 안 하고 내 연기가 이상하다고 가끔 지적한다. 현장에선 전적으로 감독을 믿고 촬영했다. 이응복 감독과는 '연애의 발견'에서, 백상훈 감독은 '비밀'에서 만났다."
-함께 출연한 이이경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드라마 '나인'에서 내 아역을 했던 친구다. 그땐 현장에서 만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촬영을 같이 했다. 이이경 말고도 '비밀'을 함께 한 최웅, 영화 '신의 선물'에서 만났던 전수진 등 인연 있는 동생들이 많다."
-허간호사 역의 배우 서정연과 커플 케미가 좋다.
"오랜 인연이다. 17~18년 전 연극하면서 만났다. 연기하는데 수월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히려 너무 친해서 호흡이 안 맞는 것 같다'는 말도 들었다.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쩜 이렇게 인연이 많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내가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감독님들한테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먼저 찾아줘 너무나 고맙다. 비슷한 연기력이라면 태도에 따라 캐스팅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나 내 작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임을 다하려 한다."
-온유와의 호흡도 있었다.
"극중 송 닥터는 권위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막내랑 죽이 잘 맞는다. 극중 무전기 처음 받은 날, 물파스로 호들갑 떠는 장면을 찍을 때가 기억난다. 오버하는 게 아닐까 했는데 방송을 보니 재미있게 잘 나왔다."
-여러 드라마에서 특히 남남케미가 좋다.
"현빈, 이진욱, 에릭, 이동욱 등 여러 배우들을 만났다. 잔잔한 멜로는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남남케미를 더 많이 기억해주는 것 같다. 지금 했던 작품들보다 더 진한 브로맨스를 해보고 싶다. 느와르 장르에 나오는 끈끈한 의리 같은."
-초반엔 송 닥터가 기회주의자인 줄 알았다.
"출세에 욕심이 있다기보다 그냥 굽실거리는 거다. 말이 의사지 후배 강모연한테도 밀리는 걸. 허술하지만 일 할 때만큼은 쓸모 있는 캐릭터다."
-송닥터에게 '직박구리 폴더'란.
"하하하. 나도 궁금하다. 종영 전이라 굉장히 조심스럽다. 사실 강모연을 제외한 의료팀은 해외로케를 안 갔다. 태백 세트장에서 내내 찍었다. 방송 보시면서 그런 비밀들을 직접 풀어보시라."
-드라마 인기가 대단하다.
"시청률 30%가 넘었다는데(한숨), 좋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드라마는 완벽한 판타지 아닌가. '태후'는 사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열광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송중기와 진구의 브로맨스도 그렇고 멋있는 군대 장면들이 많다. 나는 방위 출신이라 허구와 현실의 경계는 잘 모른다."
-대본을 회수했다는 말도 돈다.
"대본 모아두는 책장에 꽂혀 있다. 방송사에서 주는 책 대본은 깔끔하게 보관하고 싶어 아무 것도 쓰지 않는다. 보통 책대본과 함께 나오는 종이 대본에 장면 분석을 적어 놓는다. 그런데 이번 '태후'는 따로 종이 대본을 주지 않아서 난감했다."
-종영한 월화극 '베이비시터'까지 KBS의 남자로 활약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월화수목 드라마에 출연했다. '베이비시터'는 대본을 읽고 냉큼 하겠다고 했다. 이걸 어떻게 KBS에서 하나 걱정했지만 김용수 감독님을 믿었다. 김 감독은 정말 실력이 대단하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후배의 연기력 논란에만 집중된 것이 안타깝다."
-팬카페 가입이 늘었나.
"팬들이 소름나인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사장 캐릭터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다. 처음 팬카페가 생기고는 자주 갔는데 요즘 온라인 반응을 일부러 피한다. 연기하는 데 있어 냉정해지지 못한다. 팬들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한다."
-20년 이상 연기를 했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역할은.
"사실 충무로에서 나름 액션배우다. 드라마에서 귀여운 모습만 보여드려 그런지 영화 쪽에서 제안이 대폭 줄었다. 내가 연기를 더 잘해야 하나보다. 지금 정해진 작품 계획은 없다. 유난히 고민 중이다."
사진=임민환 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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