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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씨네] '해어화' 살리에르가 여자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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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씨네] '해어화' 살리에르가 여자였다면

입력
2016.04.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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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질투한 궁중음악가 살리에르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 만약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여자였다면, 또 둘 사이가 연적으로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영화 '해어화'에는 오뉴월 서리도 내리게 하는 무서운 여자 살리에르가 등장한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을 배경으로 한다. 한효주는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정가의 명인으로 불리는 소율을 연기했다. 천우희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타고난 목소리의 소유자 연희를 맡았다.

영화는 소율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둘도 없는 동무 연희와 결혼을 약속한 작곡가 남자친구 윤우를 곁에 둔 소율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하지만 윤우가 '조선의 마음'을 작곡하면서 셋의 사이는 틀어진다. 윤우는 소율에게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제안했다가 우연히 연희가 부르는 유행가를 듣는다. 타고난 연희의 목소리는 단연 으뜸. 윤우는 여자친구 소율이 아닌 연희에게 '조선의 마음'을 건넨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희에게 마음까지 내준다. 결국 소율은 연희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 윤우에 대한 집착과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이에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해 윤우와 연희를 망가뜨린다.

현대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복수와 질투지만, 시대적 배경을 달리하니 볼거리가 쏠쏠하다. 세 인물의 복잡한 심리에 기생, 정가, 가수 이난영, 일본 총독 등 1940년대 경성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얽혔다. 박흥식 감독의 섬세한 성격이 스크린 곳곳에 드러난다.

무엇보다 각고의 노력을 했을 배우들이 돋보인다. 한효주와 천우희는 경성 어느 동네에 살았을 법한 소율과 연희가 됐다. 절친한 사이에서 서서히 틀어지는 관계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여자들이 보기엔 선역과 악역을 나눌 수 없이 두 캐릭터 모두 공감이 간다.(현장에서 한 남기자는 소율을 악역이라고 표현했다.)

연기외적으로 한효주는 정가를 소화했고, 천우희는 '조선의 마음' 일부 작사도 했다. 둘은 여느 가수보다 더 뛰어난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눈, 귀가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한 여운을 남긴다.

사진=영화 '해어화'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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