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8> 상변 흑집이 엄청나게 커서 이제는 형세가 만만치 않다. 지금 국면에서 가장 큰 곳은 우상귀다. 백이 A로 쳐들어가면 단박에 큰 수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이 이 부근을 지키면 이후의 끝내기 수순이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했는데 알파고가 먼저 1로 중앙 백돌을 공격했다.
“어, 알사범이 중앙을 먼저 두었네요. 그냥 우상귀를 지켜서는 이기기 어려운 모양이죠?” 바둑TV해설자 김성룡 9단의 말이다. 1국이 끝난 후 국내 바둑계에서 알파고에 대한 호칭이 ‘알사범’으로 바뀌었다. 알파고가 확실히 정상급 고수의 실력을 갖췄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세돌이 2부터 12까지 대마의 안전을 돌본 다음 13 때 14로 아래쪽을 밀고 나간 것도 꽤 큰 자리다. 다음에 우상귀와 하변 침입이 맞보기여서 미세하나마 백의 승리가 기대된다는 게 당시 해설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알파고도 역시 똑같은 판단을 내린 모양이다. 15로 껴 붙여서 다시 중앙 백돌을 공격했다. 이 부근에서 얼마간 이득을 봐야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19까지 진행됐을 때 백이 <참고도> 1로 지키면 대마는 안전하지만 2부터 12까지 끝내기가 진행되면 불과 한 두 집을 다투는 매우 미세한 형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알파고의 정교한 끝내기 실력을 감안하면 백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세돌이 중앙을 방치한 채 먼저 하변에 침입해서 일단 실리부터 챙겼다. 일종의 승부수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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