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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 묻지마 경제 공약 범람… 기업들 또 ‘정치 몸살’

입력
2016.04.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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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3% 청년 의무 고용’

민간기업까지 확대 주장

다른 연령층 일자리 감소 초래

납품단가연동제ㆍ이익공유제는

대기업에 일방적 희생 강요

정부, 청년희망펀드 기부 요청에

“사실상의 준조세” 비판 대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5일 오전 충남 아산시 배방읍 주민센터 앞에서 강훈식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선거운동원들이 율동하고 있다.오대근기자inliner@hankookilb.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5일 오전 충남 아산시 배방읍 주민센터 앞에서 강훈식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선거운동원들이 율동하고 있다.오대근기자inliner@hankookilb.com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안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제계가 정치 몸살을 앓고 있다. 여야가 쏟아내고 있는 경제 공약들은 하나 같이 기업에겐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위에 군림하는 정치권에 기업들의 속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또 경제 공약은 쏟아지는데

선거철엔 항상 기업을 옥죄는 공약들이 범람했다. 그러나 올해는 저성장과 청년 실업난이 심각해지면서 기업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공약 중 하나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다. 현재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매년 34세 이하 미취업 청년을 정원의 3% 이상 의무 채용하고 있는데 이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후보들은 의무고용 비율을 5%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은 19대 총선 때도 등장한 바 있다. 청년 의무 고용은 결국 다른 연령층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본보기가 된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의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 감소 효과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벨기에는 2000년 50인 이상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정원의 3%를 청년으로 추가 고용하게 하는 로제타 플랜을 시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질 낮은 일자리의 양산이었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엔 반대할 수 없지만 오로지 기업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게 기업들의 호소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와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협력사와 나눠 갖는 ‘이익공유제’도 대기업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공약이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땐 납품가가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익이 아닌 손실까지 공유할 것인 지는 언급조차 없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정확한 이익 창출 기여도를 파악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휴일을 포함해 주 52시간 근로가 골자인 일명 ‘칼퇴근법’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게 더욱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공약엔 12조3,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300인 미만 사업장이 70%를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는 “가계소비가 줄고 있다는 게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기업을 압박한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치에 휘둘리는 기업 활동

지난해 말 주요 기업들 사이에선 청년희망펀드 기부액을 놓고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대통령 제안으로 시작된 모금액이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기업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액수였다. 결국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재 200억원을 포함해 삼성그룹이 250억원을 내놓자 기다렸다는 듯 현대자동차가 200억원, SKㆍLGㆍ롯데가 각각 100억원씩을 기부했다. 정확히 기업 규모에 따라 기부액이 정해진 것으로, 사실상 준조세란 비판이 나왔다.

각 지역에 하나씩 조성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대기업들에게 떨어진 숙제다. 대통령 공약사업을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은 한국에 없다.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청년 채용박람회도 돌아가며 열고 있다. 이익은 매년 뚝뚝 떨어지는데도 준조세에 시달려야 하는 기업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매년 가을 재현되는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신청도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며 기업인을 압박하는 사례로 꼽힌다. 16대 국회(2000~2003년) 당시 연 평균 57.5명이던 기업인 증인은 18대(2008~2011년)에 76.5명으로 상승한 데 이어 19대는 124명(2012~2014년 기준)까지 급증했다. 불려 나온 증인들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고작 몇 분 밖에 안 된다. 증인 1인당 평균 소요 시간은 16대 국회 28분에서 19대 때는 16분으로 줄었다. 하루 종일 기다리다 입 한 번 뻥긋 못하고 돌아간 기업인도 부지기수다.

기업 입장에선 회장이나 최고경영자(CEO)의 망신살을 피하기 위해서 전방위 로비에 뛰어들고, 정치권은 이 기회를 활용해 기업을 압박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은 “국내에서는 시장경제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며 “잘못된 정보도 문제지만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정치권에서 반기업 정서를 조장해가는 측면도 없잖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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