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도 적은데 마케팅 어려움
"캐피탈社와 형평성 문제” 불만

‘주의: 한번 따면, 다른 대출은 입에 못 댈 수도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이 자사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이다’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탄산음료 사이다 병 겉면에 써있는 문구입니다. 마시는 무색 탄산음료 사이다를 금융상품 사이다에 빗댄 것인데요. SBI는 이런 홍보용 사이다 20만병을 주요 타깃층인 20~40대 왕래가 잦은 서울 잠실야구장, 인천 문학경기장 등지에서 지난 2일부터 무료 증정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SBI가 만든 사이다는 기성 사이다 상품의 라벨을 바꾼 것이 아니라 표지부터내용물까지 직접 자체 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SBI는 음료수 생산업체에 의뢰해 레몬맛을 강조한 사이다 레시피를 만든 뒤 경북 안동의 한 음료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총 제작비는 7,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대출 상품 홍보를 위해 진짜 사이다까지 생산한 데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합니다. 저축은행 TV광고 규제인데요. SBI 관계자는 “황금 시간대 TV광고가 어려워 사이다를 증정하는 거리 이벤트를 벌이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과 대부업 TV광고에 대해 평일은 오전 7~9시, 오후 1~10시까지, 주말(공휴일 포함)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대출 광고가 미성년자 등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불만이 가득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점포가 적어 고객과 접점이 적은 저축은행들이 TV광고까지 막히며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중금리 대출 상품 광고까지 일괄 규제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중금리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저축은행보다 더 고금리를 받으면서도 광고 규제를 받지 않는 캐피탈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볼 멘 소리도 합니다.
실제 지난해 말 정부의 중금리 활성화에 발맞춰 내놓은 사이다 상품은 대출금리가 6.9%(신용등급 1등급)~13.5%(6등급) 사이로 저축은행 업권의 평균 대출금리(25% 내외)보다 금리가 낮은 중금리 대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출 잔액이 최근 400억원을 돌파했는데, 카드론 대환이 필요하거나 시중은행 대출한도를 초과한 사람들이 주 고객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대출 광고가 남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면서 “광고 규제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앞으로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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