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야권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돌리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빗나간 선거전략이며 자기반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야권 주도권 경쟁에만 치중해 ‘안철수 탓’만 늘어놓지 말고, 충청ㆍ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의 경쟁에 주력하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백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편안한 마음으로 투표합시다’라는 글을 통해 “일각에서는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임한 안철수 대표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며 “그러나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형성을 막지도 못할 상황에서 이는 현실적으로도 빗나간 선거전략이려니와, 제1야당의 자기반성을 저해하고 20대 국회에서 야당들이 협력할 공간을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분당 사태는 본디 어느 한쪽만의 책임일 수 없으며 원론적으로 말한다면 당이 깨지는 사태를 막지 못한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이 아닌가”라며 “통합과 연대 논의에서도 제1야당의 성의와 겸손이 19대 총선 때의 민주통합당에 비해서도 크게 모자랐던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분당 책임과 최근 단일화 논의에서 보인 김종인 현 대표의 오만한 태도를 지적하며 야권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 교수는 안 대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의 확장을 저지하면서도 3당 구도를 만드는 ‘두마리 토끼 잡기’를 해낼 만한 능력과 경륜을 안철수 대표가 지녔는지는 의문이다”며 “국민들에게 바로 그 점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제3당 전략은 전체 선거판이 어찌 되든 호남 의석을 힙쓸겠다는 근시안적 작전의 혐의가 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그러면서 “수구 세력은 제1야당에 나눠주는 먹이조차 점점 아까워지고 선거 때마다 표를 얻어야 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아예 87년 체제를 자기들 식으로 끝내려는 작업을 속속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채 야당 의석을 조금 늘린다거나 3당 구조를 만든다고 해서 민주헌정을 지켜내고 민생을 살리며 국민들이 갈망하는 대전환을 이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의 요지는 결국 양당 기득권 구조에 안주하는 더민주와 제3당 전략에 목매는 국민의당 모두를 비판하면서, 야권이 충청ㆍ수도권에서 여당과의 싸움에 집중하라는 얘기인 셈이다. 백 교수는 두 야당이 호남 표심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데 대해 “호남에선 이른바 야-야 대립이 한창인데 유권자에게 실질적 선택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라며 “‘호남 자민련’이 탄생하리라는 걱정도 기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선거 환경일수록 좋은 인물을 냉정하게 가려 뽑는 기회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그러면서 충청ㆍ수도권 야권 지지자들에겐 “(단일화하라고) 정당과 후보자들을 다그치는 일의 한계가 드러난 이상 유권자가 실질적 단일화를 조금이라도 해내는 길만이 남았다”며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야권인사에게 유권자 스스로 표를 몰아주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저 자신은 그 동안의 활동과 정책 공약, 공천 과정 등을 저 나름으로 평가해서 가장 낫다 싶은 정당에 한 표를 주고, 나머지 한 표는 형세를 끝까지 관찰하다가 당선권에 제일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 야권의 지역구 후보에게 던질 작정”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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