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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반고 우수생 빼가기? 자사고에 옐로카드

입력
2016.04.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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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교감이 서울시교육청에 신고…조사 뒤 첫 경고조치

편입분기별 공개모집 규정 어겨

이전 모집 탈락자에 예비번호

결원 생기면 따로 연락해 충원

자사고 “성적 가려 뽑지 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서대문구 한 자율형사립고가 편입학생을 공개 모집하지 않고 편법으로 결원을 충원,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주변 일반고의 성적 우수생을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비서실에 한 일반고 임모 교감이 “인근 자사고인 A고에 2년째 성적 최우수 학생을 빼앗기고 있다”며 공식 조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임 교감은 5일 한국일보에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성적 최우수 학생이 학기 초 A고로 편입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문과 1등으로 입학한 학생이 학기 중에 A고에 편입을 신청했고, 올해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학생마저 개학 2주 만에 학교장에 편입 허가를 요청했다는 것. 지난 2014년에는 학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학생이 입학 일주일 만에 인근 다른 자사고에 편입하기도 했다. 참다 못한 임 교감은 자사고가 정상적으로 편입생을 모집하지 않았다고 보고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임 교감은 “몇 년째 편입 시즌도 아닌 때에 성적 우수 학생만 속속 자사고에 편입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자사고는 지원자가 1.5배수가 넘을 경우 추첨을 통해 1.5배수를 선정한 뒤 2단계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도록 돼 있다. 편입학생 선발은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추첨을 하며 시교육청은 통상 분기별로 편입학생을 모집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특별 장학에 나선 결과 A고는 이 같은 ‘2016학년도 고등학교 전ㆍ편입학 시행계획’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기별 공개 모집을 하지 않고 2월 말 편입학생 모집에 지원한 40명 중 추첨을 통해 2명을 뽑고 나머지 38명에게 예비번호를 나눠 준 뒤 결원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연락해 현재 11명까지 충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학교측은 성적 우수 학생만 골라서 연락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A고 교감은 시교육청 조사에서 “행정적 편의를 위해 예비번호를 주고 결원을 충원했을 뿐 성적을 보고 골라 뽑은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1월 자사고 신입생 선발 추첨에서 떨어진 성적 우수 학생들이 2월 말 편입학생 모집에 몰리는 현실 때문에 인근 일반고의 성적 우수 학생들이 자사고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A고 교감도 “2월 편입학 모집에 유독 성적 우수 학생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분기별로 편입학생을 공개 모집할 경우 이미 다니던 학교에 적응한 시점이어서 지원율이 낮고 그만큼 우수 학생을 선발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시교육청은 A고를 경고 조치했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들이 건학 이념에 맞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본래 취지는 퇴색한 채 대입 성과만 우선시하다 보니 일반고의 성적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사고 편입학과 관련해 교육청이 전수조사 등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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