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멸종위기종인 흰고래 벨루가 3마리 가운데 ‘벨로’(수컷)가 다섯살 나이로 폐사했다는 것이다. 벨루가가 야생에서 35~50년까지 사는 것을 감안하면 벨로는 너무나 일찍 죽었다. 롯데월드는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고, 결과는 2주 뒤 나올 예정이다.
국내 수족관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나머지 2마리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보기 위해 4일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와 함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매일 두 번씩 하던 벨루가 생태설명회는 중단된 상태였다. 3마리가 살았던 수조에는 벨리(9세·수컷)와 벨라(5세·암컷) 2마리만이 쉴새 없이 위 아래로 헤엄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귀엽다”를 연발하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눈에도 수조는 고래 2마리가 헤엄치기에도 너무 비좁아 보였다. 롯데 측은 높이 7.5m, 1,250톤의 물이 담긴 수조로 공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 얘기는 다르다. 공간 자체도 좁지만 특히 수평으로 좁기 때문에 벨루가들이 위아래 수직이동만 가능하고, 관람객으로부터 몸을 숨길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벨루가는 한번 잠수해 2, 3㎞를 이동하니 아무리 넓은 수조라고 해도 그들에겐 감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조 속 벨루가에게 공간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벨루가는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무리를 지어 함께 살도록 하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이형주 활동가는 “오히려 좁은 공간 속 개체 간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벨리와 벨로가 벨라를 공격하고, 벨라는 피부에 상처를 입은 채 계속 좁은 수조 안에서 도망 다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도 수컷 2마리가 암컷을 공격해 암컷 1마리를 좁은 보조수조에 격리해 오다 지난달부터는 수컷 1마리를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징후가 없었냐는 질문에 롯데 측은 “어린 벨로는 면역력이 약해 평소 감기 등 잔병치레가 많았다. 폐사 전 식욕감퇴와 컨디션 저하 등 이상 징후가 있어 집중 관찰 중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벨로만 유독 면역력이 약한 개체였을까.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사육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개체도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말한다. 벨루가의 모유 수유기간은 2년이다. 두살 때 포획된 벨로, 벨라는 젖을 떼기 전이나 떼자마자 붙잡혀 1년 7개월은 강릉 송어양식장에, 이후에는 수조 속에 갇힌 채 원하지도 않는 무리들과 살면서 먹이를 먹기 위해 몸을 돌리고 물을 뿜어내는 쇼를 해야만 했다.
롯데 측은 벨리와 벨라에 대해 최근 정밀 건강 검진을 실시했고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을 내고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으로 나오든 간에 근본적인 원인은 ‘야생동물의 인공시설 감금’이라고 했다. 벨로가 죽으면서 현재 국내에서 살고 있는 벨루가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3마리, 거제 씨월드 4마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2마리로 총 9마리가 됐다. 더 이상은 ‘벨로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 흰고래 벨루가 벨리, 벨라만 남겨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전시관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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