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5일 끝났습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6일간 실시된 재외투표에 6만3,797명이 참여했습니다.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등록을 한 재외선거인(15만4,217명)을 기준으로 한 투표율은 41.4%입니다. 재외국민 투표가 첫 도입된 19대 총선의 투표율(45.7%)에 다소 못 미치지만, 낮다고 보긴 힘듭니다.
그렇다면 재외국민 투표를 하는데 드는 예산은 얼마일까요. 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143억여원입니다. 이를 투표자 수로 나눠보면 1표당 비용은 22만4,149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국내 선거관리를 위해 책정한 예산은 2,858억2,7000만원입니다. 국내 유권자 수가 모두 4,018만5,119명이니, 1표당 비용은 7,113원 가량입니다. 1인당 투표 비용만 놓고 보면 재외국민이 내국인의 31.5배나 되는 셈이지요. 선관위는 이에 대해 “참정권의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해서 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선관위 말이 맞습니다.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한 가치입니다. 문제는 선관위가 과연 재외국민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느냐일 겁니다. 재외국민 투표율이 41.4%라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투표권을 가진 재외선거권자가 198만여명임을 감안하면 실투표율이 고작 3.2% 수준입니다. 19대 총선(2.5%ㆍ재외선거권자 223만여명)에 비해 다소 늘긴 했지만, 여전히 낮습니다.
재외국민 투표가 가능한 투표소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한 이유일 것입니다. 113개국에 198개 재외투표소가 설치됐는데, 4년 전 총선 때보다 40개 늘어난 것에 불과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부재자 투표처럼 우편을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한 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선관위를 탓할 수만은 없는 문제이죠.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여야의 반대가 제도 도입이 안 되는 이유인 때문입니다. 여야는 가령 미국은 여당, 중국은 야당이 더 많다는 식으로 계산하며 득실을 따집니다.
투표를 위해 자비를 들여 수백㎞를 달려온 교민 얘기가 더 이상 미담으로 회자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선관위 말처럼 참정권의 가치는 비용으로 환산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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