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정부청사 사무실에 잠입,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 관련 서류를 조작한 20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정부청사 보안에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는 시험 본 지 21일 만인 지난달 26일 오후 9시 6분쯤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자신의 시험 성적을 고치고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자기 이름을 추가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일 필기시험 합격자 검토 과정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사무실에 침입한 송씨를 특정하고, 지난 4일 오전 6시 13분쯤 제주도 송씨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필기시험 전 청사 건물 1층 체력단련장에 침입,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필기시험일 전에 시험출제과 사무실에 두어 차례 침입했지만 문제지를 빼돌리는 데 실패했고, 필기시험을 본 뒤 재차 인사혁신처 사무실 침입을 시도했다. 송씨는 범행을 위해 정부청사를 수차례 드나들며 사전 답사까지 했고 인사혁신처 사무실을 5, 6차례 들락거리는 동안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송씨에 대해 현주건조물 침입 및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지난 5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그를 상대로 어떻게 정부청사 출입구ㆍ현관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송씨가 침입했던 당시 청사 근무자들도 조사할 방침이다.
사건 직후 정부청사(서울ㆍ세종)는 주말과 야간 시간대의 근무 기강을 다시 점검하는 한편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는 등 출입 보안을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의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은 학교장으로부터 추천된 대학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송씨는 서류 전형에서 합격한 뒤 지난달 5일 필기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6일 발표되며 23일 면접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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