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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두 나라 이야기, 베트남과 스웨덴

입력
2016.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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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국제부장 jkkim@hankookilbo.com

베트남은 확실히 복 받은 나라다. 지난달 초 업무로 방문했던 베트남에서는 말로만 듣던 자원부국을 실감했다. 1년 3모작이 가능하다는 메콩 삼각주의 비옥한 땅과 무궁무진한 목재자원이 널린 밀림 지대에다 거의 지표면에서 채굴이 가능하다는 석탄과 주석의 보고인 북부 산악지대까지, 인도차이나의 등뼈 같은 나라는 어디 한 곳 버릴 데가 없어 보였다.

수도 하노이와 경제 중심지인 호치민은 활기가 넘쳤다.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지하철과 고층 빌딩 건설 현장은 폭발하는 베트남 경제의 현주소였다. 파도를 연상시키는 오토바이 행렬은 다소 경이롭기까지 했다. 중국이 7%대 성장을 포기하는 등 전세계가 저성장 기조에 빠져있는데도 베트남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7%에서 7%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달랐다. 호치민 시내에서도 개발이 한창인 대로변과 달리 뒷골목은 여전히 낙후했다.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삶은 더 고단해 보였다. 주택단지 주변으로 쾌쾌한 물웅덩이가 즐비했고 배수시설 부족 때문인지 저수지로 허비되는 땅이 많았다. 도시에서 농촌지역으로 향하는 도로 시설 또한 불비하기 그지없었다.

각종 수치로 볼 때 베트남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 보이진 않았다. ‘그 막대한 개발이익은 도대체 어디로 갔길래…’라는 의문은 현지 주재원들을 만나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정부, 공기업에 포진한 관료들 주머니가 답이었다. 대부분 공산당 간부인 정부 고관들과 공기업 고위 임원들의 저택은 궁전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결국 정치가 문제였다. 마침 5월 총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호치민 시내 곳곳에서 투표독려 포스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큰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귀국한 뒤 ‘베트남 5월 총선에 무소속 후보가 뜨고 있다’는 기사를 다루면서도 ‘변화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최근 공영방송에서 만난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등줄기 같은 나라다. 길쭉한 모양새가 베트남과 많이 닮았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비춘 스웨덴의 정치는 베트남과 크게 달랐다. 특히 국회의원의 일상에 포커스를 맞춘 다큐멘터리에서 스웨덴의 ‘청빈 정치’는 압권이었다. 국회의원은 말 그대로 국민의 종복(從僕)이었다. 제도와 인식이 그렇기 때문에 특권은 발붙일 자리가 없었다.

베트남과 비교할 것도 없이 우리 기준에서도 딴 세상 이야기였다. 국회의원 숫자는 349명으로 우리보다 조금 많다. 그것 말고는 모든 게 적었다. 1인당 GDP가 약5만달러로 세계 10위인 나라의 국회의원 월급이 1,000만원 안팎(GDP대비 의원 월급: 한국 OECD 3위, 스웨덴 24위)이고, 여의도 ‘배지’ 한 명당 9명의 보좌진이 배속되는데 반해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혼자서 일한다. 보좌진이 없다 보니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도 국회의원이 직접 받아야 한다. 손바닥만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홀로 근무하면서 연간 평균 100여건의 법안을 발의하는 스웨덴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라 할만했다.

시청 내내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인식이었다. 버스나 전철, 자전거를 이용하는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대형 승용차를 당연시하는 여의도 국회의원들을 도리어 이상하게 보는 듯했다. 해외 출장비로 하루 6만원 정도가 책정된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한국을 방문했던 한 의원이 우리 측에서 식사를 제공했다면서 출장비를 반납한 기록을 보여주는 대목에선 아찔했다. “국민 세금으로 일하는 입장에서 한 푼의 세금이라도 아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그 의원의 인터뷰는 아직도 폐부를 찌른다.

이런 스웨덴 정치 현실에서 ‘정치혐오’니 ‘정치환멸’ 같은 단어는 등장할 틈이 없어 보였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국내에서 정치개혁이 화두가 되거나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스웨덴 정치는 공영방송의 단골 소재가 된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스웨덴으로 달려가지 않을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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