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정신건강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해 관리하겠다고 방침을 밝히자 게임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책에서 ‘중독과 관련해 질병 코드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중독 개념을 정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중독, 게임중독은 현재 국내에서 질병분류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복지부의 질병코드 제정 추진에 대해 게임업체들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다” “의학적 근거 없이 무리하게 게임중독으로 규정해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을 정신질환자로 몰고 있다” 등 논리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장에서 정부의 질병코드 제정 추진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먼저 질병코드 제정의 개념과 절차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상 질병코드 제정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에 등재되는 것을 의미한다. WHO는 일정 수준 이상 보건학적 폐해와 임상적 근거가 축적된 신체ㆍ정신적 문제에 대해 진단기준을 마련해 현장조사연구(field test research)를 진행, ICD에 진단기준과 질병코드를 등재한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을 통해 인터넷 게임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를 추가적 연구를 통해 정식 진단에 포함될 ‘정신장애’로 등재했다. 이어 지난해 8월 서울에서 WHO 주관으로 인터넷 게임장애의 국제 공통 진단기준 마련을 위한 첫 전문가 워크숍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워크숍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게임을 포함하는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진단명과 함께 진단지침 초안을 제시했다. 또 질병코드 제정을 위한 세계 현장조사연구를 올해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만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독일, 벨기에,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도 나라별로 연구자들이 제시한 진단기준을 바탕으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정보화기본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에도 이미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한 기준을 정의하지 않아 편견이 조장됐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게임 사용장애’와 같이 정확한 의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한 진단기준이 제정되면 일상생활 기능저하 등 중독사례 만을 엄격한 의학적 진단기준에 의해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대다수 건전한 게임이용자들이 중독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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