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다음주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수사팀을 구성해 업체 압수수색과 피해자 전수조사, 유해성 분석을 해온 검찰이 이제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 착수하는 셈이다.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줘야 한다.
2006년부터 불거진 이 사건은 임신부와 영ㆍ유아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질환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비롯했다. 보건당국은 2011년 역학조사를 벌여 “가습기 살균제가 피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 후 가습기 살균제 판매는 중단됐지만 피해자는 계속 늘어 지난해 4월 발표된 정부 조사에 따르면 모두 95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 중단까지 17년 간 유통된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에 빚어졌다. 피해자들은 정부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뒤인 2012년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검사 한 명에게 사건을 배당한 후 경찰을 통한 수사 지휘에 그쳤다. 2013년에는 정부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시켰다.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정신적 고통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자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해당 업체들은 아직까지 사과 한 마디 내놓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검찰이 허송세월을 하는 바람에 빚어진 손실은 너무도 컸다.
정부 당국의 무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 당국은 2011년 역학조사에서 피해자들의 사망원인을 살균제로 추정하고도 판매 중단 외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당시 정부가 직접 형사 고발을 해서 검찰이 수사를 하도록 했다면 진작에 원인이 규명될 수 있었다.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 업체들은 피해자들을 회유하고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영국계 살균제 제조회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과거 검찰에 제출한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 결과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단적인 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환경 분야의 ‘세월호 사건’으로 비유되는 대형 참사다.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반성하는 자세로 최대한 빨리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환경부 등 관계부처도 피해자 현황 파악과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정부의 기본 책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