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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11편... 28일부터 전주는 영화마니아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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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11편... 28일부터 전주는 영화마니아 천국

입력
2016.04.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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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개막작 '본 투 비 블루'.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전주영화제 개막작 '본 투 비 블루'.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막을 올린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을 그린 ‘본 투 비 블루’(감독 로베르 뷔드로)가 개막을 알리고 류승완(‘베를린’과 ‘베테랑’ 등) 감독의 장편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감독판이 폐막을 장식할 때까지 45개국 211편(장편 163편ㆍ단편 48편)의 영화가 스크린에 명멸한다. 전주영화제 역대 최다 작품이 상영되고 상영횟수도 500회로 역대 최다다.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제로 명성을 다져온 전주영화제는 올해 유난히 시네필들을 위한 영화들을 많이 포진했다. 영화광이라면 올해도 기쁨의 비명을 지르겠으나 상업영화에만 익숙한 관객이라면 상영작들이 고차원함수처럼 느껴질 만도 하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미리 챙기지 않으면 영화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도. 관객들이 각자의 눈높이에 맞춰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한다.

전주영화제 상영작 '검은 돼지'.
전주영화제 상영작 '검은 돼지'.

전주영화제가 낯선 관객이라면

이름 있는 감독이나 스타 배우의 작품을 고르는 게 영화제를 무난히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 아뿔싸, 전주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달리 대중친화적이지 않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이준익 감독의 ‘동주’가 그나마 들어봤을 만한 영화. 그렇다고 낙담하지 마시길.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숙한 이름과 얼굴을 찾을 수 있다. ‘눈발’(감독 조재민)은 보이그룹 갓세븐의 주니어가 주연한 영화. 시골로 전학을 간 고교생 민식(주니어)이 왕따 소녀 예주를 만나 벌어지는 사연을 펼친다.

‘본 투 비 블루’는 개막작이다 보니 여러 관객들의 선택을 받겠으나 그래도 도전해 볼 만하다. 에단 호크가 제멋대로 살다간 재즈 스타 쳇 베이커로 변신해 1960년대 미국의 풍경을 복원한다.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김지수 허이재 심은진이 출연하는 작품.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로 유명한 김경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시골에서 카페를 열게 된 모녀가 겪는 기이한 일들을 전한다. 최익환ㆍ신연식ㆍ이광국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사이’도 눈여겨볼 만하다. 인권이란 주제로 다채로운 단편을 모아놓았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관객에게는 단편 ‘검은 돼지’를 추천한다. 20대 마지막 날 짜장면을 세 번 먹게 된 한 남자의 사연을 18분으로 다룬 영화. ‘응팔’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독립영화계 스타 안재홍이 감독 겸 주연이다.

전주영화제 상영작 '더 코뮌'.
전주영화제 상영작 '더 코뮌'.

영화제 좀 다녀봤다고 자신한다면

영화광들 사이에서 제법 이름난 감독들의 작품들을 권한다. 캐나다 프랑스어권 퀘벡의 대표 영화감독 중 하나인 드니 코테의 장ㆍ단편을 만날 수 있다. 병마와 싸우는 아내 때문에 방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최신 장편 ‘베아트리체 없는 보리스’, 단편 ‘어쩌면 잠든 사이에’, ‘여행’이 상영된다.

‘셀레브레이션(1998)과 ‘헌트’(2012)로 알려진 덴마크 유명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크의 신작 ‘더 코뮌’도 시네필의 발길을 기다린다. 아버지로부터 대저택을 상속받은 어느 부부가 친구들을 초대해 집안에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묘한 영화다. 벨라루스의 대가 세르게이 로즈니차가 1991년 소련 몰락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더 이벤트’도 찾아볼 만하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부문 심사위원상과 최우수촬영상을 각각 수상한 헝가리 감독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의 ‘트레져’도 상영된다. 자신의 할아버지 집 정원에 묻힌 보물을 함께 훔치자는 이웃의 제안을 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지난해 107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포르투갈 거장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단편 ‘힘의 한 세기’와 장편 ‘방문 혹은 기억과 고백’도 시네필에게는안성맞춤이다. ‘방문 혹은 기억과 고백’은 포르투갈의 역사에 개인사를 포개는 올리베이라의 노련한 솜씨를 보여준다.

전주영화제 상영작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샹탈 애커만의 영화'.
전주영화제 상영작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샹탈 애커만의 영화'.

관계자보다 영화를 많이 안다 자부한다면

마니아 중에 마니아를 자부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전주영화제는 즐길 게 널린 커다란 놀이터다. 영화를 통한 영화의 이해를 내건 ‘시네마톨로지’는 특히 마니아들이 기꺼이 동참할 부문이다. 프랑스 유명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스릴러의 거장 앨프레드 히치콕을 인터뷰한 뒤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 영화 ‘히치콕 트뤼포’(감독 켄트 존스), 벨기에 출신의 유명 실험영화작가 샹탈 애커만의 영화세계를 다룬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샹탈 애커만의 영화’(감독 마리안 랑베르), ‘캐리’와 ‘드레스드 투 킬’ 등 걸작 공포영화를 만들었던 브라이언 드 팔마의 삶을 그려낸 ‘드 팔마’(감독 노아 바움백ㆍ제이크 팰트로) 등이 상영된다.

급진적인 영상미학을 추구하며 지명도를 높여온 프랑스 감독 필립 그랑드리외 회고전도 열린다. ‘사라예보로의 귀환’(1996), ‘음지’(1998), ‘새로운 삶’(2002), ‘밤임에도 불구하고’(2016) 등 8편이 관객과 마주한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를 모은 ‘셰익스피어 인 시네마’도 마니아들이 반길 행사다.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해석한 배우로 정평이 난 로렌스 올리비에 연출의 ‘헨리5세’(1944),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그로테스크한 연출이 돋보이는 ‘맥베드’(1971), 영국 독립영화의 기수였던 데릭 저먼이 연출한 ‘템페스트’(1979) 등 8편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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