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개막전부터 ‘코리안 더비’가 두 곳에서 펼쳐졌다.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박병호(30ㆍ미네소타)와 타격 기계 김현수(28ㆍ볼티모어), 부산 출신의 고향 친구 추신수(34ㆍ텍사스)와 이대호(34ㆍ시애틀)가 나란히 같은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박병호 ‘안타’ 김현수 ‘야유’
박병호는 데뷔전부터 안타를 신고하고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까지 올렸다. 그는 5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2016 메이저리그 원정 개막전에서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0-0으로 맞선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 안타를 쳤다. 박병호는 최희섭(2002년), 추신수(2005년), 강정호(2015년)에 이어 한국인 타자로는 4번째로 빅리그 경기에 나섰다. 그 중 데뷔전 선발 출전과 첫 경기 안타는 박병호가 처음이다.
우천으로 경기가 1시간 41분 늦게 시작되고, 비로 1시간 10분이나 다시 중단된 이날 경기에서 박병호는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5회 볼티모어의 두 번째 투수 타일러 윌슨을 상대로 볼 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 높은 시속 143㎞짜리 빠른 볼이 들어오자 방망이를 휘둘러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날렸다. 장내 아나운서는 박병호가 이날 데뷔전을 치르는 루키라는 점과 함께 첫 안타라는 사실을 방송으로 알렸고, 이 공은 미네소타 더그아웃으로 건네졌다. 미네소타 구단은 트위터를 통해 박병호의 첫 안타를 축하했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7회 1사 2루에서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박병호는 후속 에스코바르의 우월 1타점 2루타 때 3루에 안착한 뒤 커트 스즈키의 파울 플라이 때 재빨리 홈을 파고 들어 2-2 동점 득점을 올렸다. 2-2로 맞선 9회에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박병호의 이날 성적은 3타수 1안타 1득점 4사구 1개. 그러나 팀은 볼티모어 맷 위터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2-3으로 졌다.
박병호는 경기 후 “방망이를 자신 있게 돌리려고 했다”며 “긴장은 안 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가 나와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인 박병호가 이날 파워도 뽐내고 첫 안타도 쳤다”면서 “그에게 좋은 하루였다”고 칭찬했다.
반면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킨 김현수는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경기 전 선수 소개 때 홈 팬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추신수 ‘타점’ 이대호 ‘삼진’
추신수와 이대호의 대결에서는 추신수가 먼저 웃었다. 추신수는 이날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과 개막전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를 가동하지는 못했지만 밀어내기 볼넷으로 시즌 첫 타점을 신고하며 팀의 3-2 역전승에 발판을 놨다. 1회 1루수 땅볼, 3회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난 추신수는 팀이 0-2로 뒤진 5회 1사 만루에서 시애틀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의 유인구를 침착하게 골라내 밀어내기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날 텍사스는 1913년 이후 역대 68번째로 단 1개의 안타만 치고 승리했다.
이대호는 팀이 2-3으로 뒤진 7회 1사 1ㆍ2루에서 대타로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섰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좌완 헤멀스를 상대로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6일 열리는 양팀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텍사스 선발이 좌완 마틴 페레스라는 점에서 이대호도 선발 출전할 것이 유력하다.
한편 AP통신은 이날 올해 메이저리그의 개막 엔트리 선수 864명(부상자 명단 포함) 가운데 미국 이외 출생자는 238명으로 전체 27.5%라고 보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82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은 8명으로 일본과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박병호 김현수 추신수 이대호 외에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 최지만(25ㆍLA 에인절스), 그리고 부상자 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한 강정호(29ㆍ피츠버그)와 류현진(29ㆍLA 다저스)이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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