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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묻는 것도 이름 앞에 '생존'붙는 것도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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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묻는 것도 이름 앞에 '생존'붙는 것도 싫어요"

입력
2016.04.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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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월호 희생학생의 자매인 남서현, 박보나씨, 작가기록단 배경내, 이호연씨.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5일 오전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세월호 희생학생의 자매인 남서현, 박보나씨, 작가기록단 배경내, 이호연씨.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너 어디 학교니?” 세월호 참사 이후 세윤군이 가장 듣기 싫은 질문이다. 단원고라고 하면 주변 누군가 반드시 “어머, 단원고?”라고 큰 소리로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윤이는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다. 그 배에 탔고 거기서 살아 나왔다. 그러나 이제 이 사실을 숨기고 싶다. 단원고란 말만 들으면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잡아오는 사람들이 마냥 반갑지 않다. 세윤이는 제 이름 앞에 ‘생존’이란 말이 따라 붙는 게 싫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생존 학생과 희생 학생 형제자매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가 출간됐다. 먼저 나온 ‘금요일엔 돌아오렴’이 부모들의 목소리였다면 이번엔 10대들의 육성이다. 5일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26인의 인터뷰이를 대표해 희생학생 박성호군의 큰 누나 박보나씨와 희생학생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씨, 이들을 인터뷰한 작가기록단의 이호연(인권운동사랑방)씨와 배경내(인권교육센터 ‘들’)씨가 참석했다.

이호연씨는 책 속의 아이들을 “가려진 자들”이라고 불렀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 이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목소리는 누구인가에 집중했고, 떠오른 게 생존학생과 희생학생의 형제자매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주로 부모의 입을 통해 전해지거나 가려졌죠. 대중이나 언론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들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참사 후 오열하는 부모들에게 모든 조명이 집중되는 동안 이들은 한 발 뒤에 있었다. 가슴 속의 상처, 투쟁 과정에서 느낀 분노, 참여하고 싶은 열망을 억눌렀던 건 오직 부모의 눈물을 더할까 봐서였다. 부모님이 “자식들이 ‘세월호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셨다”고 박보나씨는 말했다.

“2014년 5월부터 부모님을 따라 농성장에 가면서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함께 단톡방을 만들어 교류해왔어요. 그런데 부모님께 이런 모임이 있다는 걸 알리면 걱정하셨어요. 유족들을 향한 의혹과 비난의 시선이 우리에게까지 미칠까 우려하셨고, 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너희는 너희의 삶을 살라는 마음이셨던 거죠.”

그러나 싸움은 기대만큼 빨리 끝나지 않았다. 남서현씨는 “2주기를 앞두고 형제자매, 생존학생들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며 “그게 용기인지, 변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도 침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단원고 기억교실 존치 문제는 다시 한 번 이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박씨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 때문에 내 형제가 희생 당했는데 교육청과 학교는 또 다시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며 “물리적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끝내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어린 목소리는 ‘세월호 세대’로 명명되는 또래 세대를 향해 ‘우리와 똑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진다. 배경내씨는 참사 당시 구호처럼 쓰였던 ‘미안하다’는 말에 주목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사회적 책임을 가진 위치에서 나올 수 있는 말입니다. 이 책임감이 기성세대에서 전 세대로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책 속에는 단순히 미안함의 대상이 아닌, 기꺼이 그 죄책감을 끌어안고 진실을 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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