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유타은행 본점 직원은 전날 거래내역을 확인하다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고객인 항공기 대여업체 에어플래닝사의 송금요청 이메일을 받고 예금 9만 달러(1억728만원)를 보냈는데 송금계좌가 처음 보는 한국 계좌였던 것이다.
석연치 않은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송금요청을 한 거래처 직원은 “회사계좌에 있는 15만 달러를 한국외환은행 계좌로 보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당시 계좌 잔액은 9만 달러가 전부였다. 은행직원은 “잔액이 9만 달러 정도여서 15만 달러를 송금해줄 수가 없다”고 회신하자, 같은 날 “그럼 9만 달러를 송금해 달라”는 요청이 돌아와서 일단 돈을 보냈다.
그러나 이상하다고 느낀 은행직원은 다시 회사 홈페이지 주소(flyorangeairr.com)와 이메일 주소(dejesus@flyorangeairr.com)를 살피다가 영문 끝에 덧붙은 알파벳 ‘r’을 보고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직원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사법공조 요청을 받은 수사당국은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범행의 총책 역할을 맡았던 A(49)씨 등을 긴급체포 했다. 수사당국은 A씨 일당이 송금 받은 9만 달러를 빼내기 전 인출정지를 신청해 피해를 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황기선 판사는 은행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거래처 정보를 빼낸 뒤 은행직원을 속이고 돈을 송금 받은 혐의(사기 등)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쓰일 계좌를 개설하고 범행에 가담한 다른 2명에 대해서는 사기방조 혐의를 적용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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