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 레바논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한 신문은 “이로써 한국은 조별 예선 7경기를 모두 무실점 승리로 마치면서 새해 첫 단추를 만족스럽게 꿰었다.”고 전했다. 한편 그날 결승골을 넣은 이정협 선수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첫 단추를 잘 꿰서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첫 단추를 꿰다’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보통은 ‘단추를 꿴다’라고는 잘 하지 않는다. ‘단추를 낀다’ 또는 ‘끼운다’라고 말하는데 유독 ‘첫 단추’와 어울려 쓰일 때는 ‘꿰다’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첫 단추를 끼우다’라고 하거나 ‘끼우다’의 준말인 ‘끼다’를 써서 ‘첫 단추를 끼다’라고 해야 한다.
‘꿰다’는 ‘끈이나 실 따위를 구멍이나 틈의 한쪽에 넣어 다른 쪽으로 나가게 하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나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라는 노래 가사처럼, 어떤 물건을 끈 같은 데 엮어서 연결할 때 쓰는 말이다. ‘끼우다’는 ‘벌어진 틈 사이로 빠지지 않게 밀어 넣다’란 뜻이므로 ‘수첩 사이에 볼펜을 끼우다’, ‘문틈에 편지를 끼워 넣다’처럼 쓴다.
만약 단추의 구멍에 줄이나 실을 통과시켜 목걸이처럼 만드는 것이라면 ‘단추를 실에 꿰었다’라고 ‘꿰다’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옷에 있는 단춧구멍에 맞춰 단추를 잠그는 경우에는 ‘단추를 끼웠다’라고 해야 한다. 물론 ‘끼우다’ 대신 ‘채우다’를 쓸 수도 있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 옷매무새가 어그러지지 않는다. 이에 어떤 일의 시작이나 첫 출발을 비유하는 말로 ‘첫 단추’라는 말을 곧잘 쓰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해야지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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