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KB, 펀드평가사와 손 잡아
6월부터는 수익률 성적표 공개
지난달 14일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이후 양보 없는 고객 유치 경쟁을 벌여 왔던 은행권이 조만간 ‘2차전’에 돌입한다. 은행의 일임형 ISA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는 이달 중순부터다. 은행들은 각종 제휴와 이벤트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우리ㆍIBK기업은행은 오는 11일부터 일제히 일임형 ISA상품 판매에 나선다. NH농협은행은 이달 중, KEB하나은행은 5, 6월쯤 일임형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이 지정하는 상품만 편입할 수 있어 금융사가 수동적인 입장인 신탁형 ISA와 달리, 일임형 ISA는 금융사가 최적화한 포트폴리오(MP)를 꾸려 자산을 ‘알아서’ 굴려주는 방식이다.
ISA 출시 이후 증권사는 일임형과 신탁형 모두를 판매했지만, 은행은 지금까지 신탁형만 팔 수 있었다.
일임형 도입으로 은행권의 ISA 판매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임형은 은행이 직접 MP를 제시하는 만큼 은행의 실력이 한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오는 6월부터는 일임형 ISA 상품의 금융사별 수익률 성적표가 공개될 예정이라 은행권은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랩어카운트 등 자산 운용 경험이 많은 증권사에 비해 은행권이 수익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은행별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이날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와 협업해 일임형 ISA 운영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의 일종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 배분 의사 결정을 내리고, 은행 자산배분결정위원회가 이를 최종 심사해 MP를 내놓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펀드평가사인 KG제로인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로봇 대신 인간 전문가를 택한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G제로인이 국민은행이 판매하는 일임형 ISA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고객에 제공되는 자산운용 현황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국민은행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ISA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외국계 은행들도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ISA 가입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매월 10명에게 연 8% 수익률을 제공하는 ‘응답하라! 제일은행! 1994년 그때 그시절의 8%’이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고, 씨티은행도 “고객 수요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금융투자협회는 ISA출시 이후 지난 1일까지 ISA판매 3주차의 누적 가입액이 6,992억원, 가입자 수는 122만8,72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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