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싸고
소모적 논쟁으로 날 새는 양상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미래 플랫폼 선점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좁은 국내 시장에만 집착하고 있어 자칫 10년 후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플랫폼 위에 빅데이터와 AI를 연결하는 사업에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이미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통해 AI 기술력을 과시했다. 알파고는 구글이 지난 2001년부터 AI에 33조원을 투자한 결과물 중 하나다. 구글은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머신러닝) AI를 폭넓게 적용, 로봇 자동차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AI 대화 프로그램 ‘테이’를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AI에 집중하고 있다. MS는 아예 소프트웨어(앱)의 시대가 가고 AI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AI 원조’로 불리는 IBM의 ‘왓슨’은 이미 의료 빅데이터 분석에 접목돼 초기 암 진단에 사용되고 있다. 중국도 올해 초 공업정보화부 주도 아래 5G 연구 개발 관련 대규모 조직을 출범시켰다.
글로벌 ICT 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실어 나를 미래 플랫폼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강력한 AI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AI 전쟁을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국내 ICT업체들은 이처럼 미래 시장을 준비하기 보다 성장성을 잃은 국내 시장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우 이미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6,000만명에 육박, 한계에 봉착했다. 이동통신3사 연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첫 동반 하락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이동통신업체들의 가장 큰 이슈는 미래 먹거리가 아닌 인수합병 논쟁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SK텔레콤과 반대진영(KTㆍLG유플러스)의 갈등은 법정까지 이어지며 장기화할 조짐이다. 세계적인 흐름과는 상반된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만 바라보며 소모적 논쟁만 반복하다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결국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되고 말 것”이라며 “땅따먹기에 몰두할 게 아니라 새로운 미래 시장을 위한 경쟁을 벌일 때”라고 지적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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