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 주식 대박 관련
아무런 해명 없어 의구심 증폭
넥슨 설립 때부터 무차입 경영
“외부인의 주식 대량 매입
김 회장 결단 없인 불가능” 시각
넥슨 측 “경영 손 뗀 지 오래” 해명
넥슨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이 제기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에도 정작 넥슨측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입을 굳게 다문 것을 두고 게임업계 일각에선 “해명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진 검사장은 지난달 31일 주식 매입 경위와 관련, “2005년 당시 비상장사였던 넥슨의 주식(8,537주)을 이민 가는 주주에게 한 주당 수 만원에 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주주가 누구인지, 정확한 매입 금액이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넥슨 고위 관계자도 4일 “제3자간 거래여서 거래 당사자, 시점, 금액 등은 우리도 모른다”며 진 검사장과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넥슨과 김 회장의 그 동안 행보를 보면 이러한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게임업계 지적이다. 넥슨은 설립 초기부터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는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을 고수했고,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도 흔들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김 회장과 부인 유정현씨는 NXC의 지분을 70% 가량 보유하고 있다. NXC는 일본 상장사인 넥슨 재팬의 지분을 38.61% 보유하고, 넥슨 재팬은 넥슨코리아와 넥슨유럽, 넥슨아메리카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다.
넥슨이 이러한 지배 구조를 갖게 된 데는 김 회장의 부친인 김교창 법무법인 정률 고문 변호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서울지법 판사를 지낸 상법 전문가인 아버지에게 빌린 6,000만원을 1994년 넥슨 창업자금으로 사용했다. 김 변호사는 초기 5년간 넥슨의 대표를 맡으며 회계 관련 자문역을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차입 경영을 극도로 꺼려 온 김 회장이 외부인의 주식 대량 매입을 몰랐을 리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구나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했던 2005년은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와 ‘카트라이더’ 등이 흥행에 성공, 넥슨 주식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진 검사장은 이러한 품절 주식을 0.23%(2011년 넥슨 일본 증시 상장 당시 지분율) 보유하며 26번째 주요 주주가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 정도 지분이 진 검사장 같은 일반인에게 넘어가려면 김 회장의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결단의 이유와 방법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그 과정에 말 못할 사연이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변호사도 “김 회장이 친분이 있는 진 검사장에게 상장 계획을 알리고 지분을 넘겼다면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2005년 당시 주주 명부 등을 공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넥슨은 “김 회장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지 오래됐고 개인 비서도 없어 현재 어디에 있는 지 확인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