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인기 있는 전문의가 맡고
치과 등 다른 분야 의사가 수술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환자와 상담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고 실제 수술은 전문의도 아닌 의사가 맡아 하는 ‘유령 수술’을 일삼다 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정순신)는 4일 사기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 강남 그랜드성형외과 원장 유모(4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2012년 11월~2013년 10월 환자 33명에게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할 것처럼 속이고 치과ㆍ이비인후과 의사에게 수술을 하도록 한 뒤 1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환자들이 마취 상태여서 실제로 누가 수술하는지 모르는 점을 악용해 상담 의사와 수술 의사로 나눠 병원을 운영했다. 유씨는 ‘스타 성형외과 의사’로 알려지고 병원이 업계 1,2위를 다투는 성형외과로 꼽히면서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몰리자, 급여 낮은 비성형외과 전문의를 동원해 더 많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그랜드성형외과가 다량의 환자를 유치하고 전문의 수가 부족해 수술을 감당하지 못하자 ‘유령 의사’를 동원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씨는 또 2012~2013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부산 등 4곳에 다른 의사들 명의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의원을 열어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고 있다. 케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루면서 관리대장에 일부 약품을 기재하지 않거나 누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고 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환자가 수술 도중 깨어나 ‘유령 수술’인지 알게 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정량 이상의 마약류 약품을 투약해 관리대장을 허위로 기재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내과의사인 유씨의 부인 최모씨는 복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 진료기록부 미보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에 가담해 기소유예 처분됐다.
검찰은 또 수술 중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이 병원 봉직의사 조모(36)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2013년 12월 18세 여성에게 쌍꺼풀과 콧대 수술을 하면서 이 여성이 심정지 상태에 빠진 것을 모르고 수술을 계속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일으켜 사망하게 한 혐의다. 산소 공급장치 작동법도 모른 채 수술을 시작한 조씨는 산소포화도 측정장치 화면이 꺼져 환자가 심정지까지 일으켰는데도 수술을 계속하다 간호조무사의 지적을 받고서야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 사건으로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그랜드성형외과를 경찰에 고발했고 ‘유령 수술’ 등의 범행이 드러났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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