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24세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국가대표 고 노진규 선수는 괴물이었다. 맨 뒤에서 슬슬 스케이트를 타다 결승선 3, 4바퀴를 남기고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 앞선 선수들을 순식간에 제치며 치고 나가는 폭발적인 스퍼트는 고인의 전매특허였다.
만 18세 때 시니어 무대 데뷔와 동시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1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1,000mㆍ1,500mㆍ3,000m 슈퍼파이널을 싹쓸이했다. 고인의 놀라운 체력과 스피드에 대해 ‘김기훈 채지훈 김동성 안현수’를 잇는 쇼트트랙 대표팀의 새 에이스가 등장했다는 평이 나왔다.
고인은 한국체대 선배이자 롤모델인 안현수와 가장 큰 무대에서 만나 진검 승부를 겨뤄보는 것이 생선의 꿈이었다. 하지만 2013년 9월 올림픽 티켓이 걸린 월드컵시리즈 1차전 직후 자신의 몸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집념으로 훈련에 박차를 가하다 2014년 1월 팔꿈치 골절상을 당했다.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재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어깨 종양이 악성 골육종으로 드러났다. 골육종은 주로 소아의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이후 왼쪽 견갑골을 들어내는 큰 수술 뒤 항암 치료를 받아오다 끝내 사망했다. 고인의 누나이자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인 노선영(27ㆍ강원도청)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규가 3일 오후 8시 좋은 곳으로 떠났습니다. 진규가 좋은 곳에 가도록 기도해주세요”라고 동생의 죽음을 알렸다.
소치올림픽에서 3개의 메달을 획득했던 아리아나 폰타나(26ㆍ이탈리아)는 노진규의 암 투병을 처음 접한 2014년 1월 SNS를 통해 “세계 챔피언은 언제나 세계 챔피언”이라며 “노진규의 인생은 승리의 길을 만들어왔고 이번 싸움에서도 승리할 것이다”는 메시지를 남긴 적이 있다. 비록 폰타나의 바람처럼 골육종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압도적인 스케이팅으로 항상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던 강렬했던 노진규는 많은 이들에게 영원한 챔피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