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잠이 안 오더라고요.” 4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 이날 새 앨범 ‘블루밍’ 발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밴드 씨엔블루의 멤버인 정용화는 “‘외톨이야’보다 더 나은 곡을 써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는 고충을 먼저 털어놨다. “직접 쓴 곡으로 히트해야 한다”는 음악인으로서의 욕심이다. 2010년도에 낸 노래 ‘외톨이야’로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누린 씨엔블루는 ‘자작곡 성공’이란 부담을 7년 동안 품고 살았다. 밴드에서 기타를 치는 이종현도 “‘외톨이야’의 성공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게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인데, ‘한 번 더’란 욕심에 그간 많이 누리지도 즐기지도 못했다”는 말을 꺼냈다. 방송에서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줬던 씨엔블루의 뒷모습이다. 아이돌 밴드로서 사는 고충과 2015년 낸 ‘투게더’ 이후 6개월 여 만에 발표한 새 앨범 제작 뒷얘기까지. 다음은 씨엔블루의 네 멤버인 강민혁(드럼), 이정신(베이스), 이종현(기타), 정용화(기타·메인 보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신곡이 공개 당일 멜론 등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지 못했다. 아쉽지 않나.
정용화=“음원 순위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이 정도(올레·엠넷뮤직 등에서 2위)도 만족한다. 자작곡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 더 잘할 수 있게 용기를 줬다. 물론 더 순위가 높으면 좋았겠지만. 무엇보다 후회 없는 앨범이라 의미가 크다.”
-타이틀곡 ‘이렇게 예뻤나’는 씨엔블루가 지금까지 내왔던 타이틀곡과 비교해 유독 경쾌하다.
정용화=“2013년 낸 ‘아임 쏘리’까지 주로 우울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는데 더는 이별 얘기를 하고 싶지 않더라. 멜로디가 경쾌한 곡이라 밝은 얘기를 쓰고 싶었다. 가사를 직접 썼는데, 내 연애 스타일이 많이 담겼다. 내가 좀 연애할 때 능글맞은 스타일이다. 느끼하지만 여성 입장에서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얘기를 실었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 특히 보여주고 싶었던 건 없나.
이종현=“이전 앨범까진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다. 뭔가 보여 주자란 강박관념이 컸다. 이번엔 좀 내려놓고 편안한 음악을 들려 주자라는 생각에서 앨범을 꾸렸다.”
-새 앨범 수록곡 ‘영 포에버’는 씨엔블루 멤버들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씨엔블루는 ‘영 포에버’에서 ‘영원할 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 깊은 고요함은 나를 더 가두고’라며 ‘나도 어른이라는 착각 속에’라고 노래한다. 정용화가 작사했다).
정용화=“어느 순간부터 잠이 안 온다.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잠을 들 수가 없다. 그 때 썼던 가사다. 지난해 낸 ‘투게더’ 앨범 작업할 때다. 데뷔할 때 ‘외톨이야’로 소위 ‘빵’ 터졌다가 조금씩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빵’ 터졌던 기분을 알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자작곡으로 히트곡을 내고 싶었다. 어떤 분이 다른 누구에게 우리를 소개할 때 ‘‘외톨이야’ 오빠들’이라고 하더라. 진짜 도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자작곡으로 그 벽을 넘고 말 거다. 이런 고민을 담아 초심을 찾자는 취지에서 곡을 썼다. 예전엔 삶을 음악으로 얘기한다는 소리를 미처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그리고 그 고민을 녹이면 음악에 진실성이 더 담기는구나란 걸 이번에 깨달았다.”
강민혁=“(정)용화 형이 항상 신곡 작업에 대한 부담이 컸다. 내가 좋은 노래를 못 만드는 것에 대해 미안함도 커지더라. 그런데 ‘영 포에버’는 그런 우리의 음악적 고민을 가사로 표현해주니 공감도 많이 되고 더 애착이 간다. 이 곡을 새 앨범 타이틀곡으로 밀었을 정도니까.”
이종현=“20대 초반에 ‘영 포에버’ 같은 가사를 쓰면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지 못할 것 같았다. ‘너희들이 뭘 알아’라며. 이제 이십 대 후반이 됐고, 데뷔 7년 차가 되다 보니 스스로 힘들었던 상황을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아이돌 밴드로 사는 고충도 큰 것 같다.
정용화=“밴드 하면 다들 기타에 디스토션(전자기타를 연주할 때 지직 하는 소리를 내는 장치)걸린 록 음악을 떠올린다. 그래서 ‘너희가 록 음악에 대해 뭘 알아’라는 댓글도 달리고. 아직 다양한 밴드 음악이 대중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영향이라 생각한다. 꼭 지직 거리는 기타 사운드의 록음악을 해야만 밴드 음악이 아니다. 우린 대중을 상대로 하는 메이저 밴드다. 전자음악도 입히고 유행에 맞는 음악으로 좀 더 친숙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다들 화려하게만 보지만 우리도 나름의 고충이 많다. 아이돌 밴드로서 회사와 팬들을 생각하며 음악의 절충선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 음악만 할거야 라고 일방통행을 할 순 없는 거니까.”
이종현=“7년 동안 그런 시선(‘니네가 록 음악에 대해 뭘 알아’)을 받는 게 힘들었다. 이 생각을 7년 동안 해왔다. 또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렵게 살아야 진정성이 나온다’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왜 꼭 밴드 음악은 힘들어야 할 수 있는지 반문이 생기더라. 듣고 공감할 수 있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을 보나.
정용화=“본다. 다만 최신 순으론 절대 안 본다. 다들 ‘악플’이라. 베스트 댓글 순으로 5개를 먼저 본다. 보기 보다 겁이 많아서. 기분 좋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싶지만 신상(신상정보)이 털릴 것 같아서 못 누르고 있다(웃음).”
이종현=“7년 간 꾸준히 ‘악플러’와 전쟁을 해왔다. 우리에겐 보지 말라며 ‘악플’을 보고 정용화가 씩씩거릴 때도 있고. 그런데 이젠 많은 분들이 우리의 음악을 인정해주고 품어줘 다행이다.”
-한국에서 낸 앨범에 처음으로 이정신의 자작곡(‘위드아웃 유’)이 실렸다.
이정신=“일본에서 낸 앨범에 한 곡이 실린 적 있는데, 한국에서 낸 앨범에선 처음이다. 지금까지 용화 형이나 (이)종현 형이 작사와 작곡을 주로 감당해와서 미안했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게 돼 기쁘다. 뿌듯하기도 하고. 동시에 부담도 된다.”
이종현=“처음에 가이드로 들었을 때 ‘위드 아웃 유’가 50번 가까이 나오더라. 그래서 정신이한테 좀 줄이자고 했다.”
-밴드 활동 외에 연기 등 개인 활동도 바쁘다.
정용화=“월·화·수요일은 중국에서 영화를 찍어야 하고, 목요일에 한국에 들어와 음악 방송을 할 것 같다. MBC ‘무한도전’에서 광희, 이준과 함께 ‘웨딩싱어’ 편에 출연 중인데, 여기에 쓸 노래 편곡 작업에 한창이다. 오늘도 이 곡 작업하느라 밤을 새고 왔다. 나 혼자만 부르는 게 아니라 다른 가수와 함께 불러야 해 고민이 많다. 아직 다른 가수에게 내가 쓴 노래를 준 적이 없으니까. 누구나 듣기 편한 곡을 만들려고 한다. 뼈대는 나왔다. 아직 광희 등 멤버들은 듣지 못했다. 긴장이 많이 된다. JTBC ‘투유프로젝트-슈가맨’에서도 가수가 아닌 편곡자로 최근 출연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음악적 작업을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 입장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풍미강호-결전식신’에선 셰프로 나온다. 다음주부터 촬영 시작인데 첫 영화라 밤 새 대본 보며 준비 중이다. 자연스러운 셰프 역을 위해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다.”
-강민혁은 드라마(SSB ‘딴따라’)에서도 밴드로 나온다.
강민혁=“정말 쑥스럽다. 드라마에선 내가 보컬로 나온다. 드럼 치다 이젠 직접 마이크 잡고 노래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
이종신=“우리한테 굉장히 재미있는 예능 드라마가 될 것 같다.”(웃음)
정용화=“나를 롤모델로 하면 될 것 같다.”(웃음)
-씨엔블루가 음악팬들에게 어떤 밴드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정용화=“트렌디한 밴드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유연한 밴드가 되고 싶다.”
이종현=“멋있는 오빠들로 봐 줬으면 좋겠다”
강민혁=“그러려면 꾸준히 해야겠지. 10년 후에도 잘 부탁한다.”
이종신=“한국에서 밴드 하면 우릴 떠올렸으면 좋겠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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