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대문을 가장 많이 두드리는 사람은 근처 고급 아파트에 사는 노인이다. 노인이지만 그는 현역이고, 빌딩을 가지고 있는 재력가이다. 그런 사람이 왜 으슥한 우리 골목에 있는 서른 평도 안 되는 한옥을 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이 근처에 있기 때문일까. 그는 월세를 찾는 사람들을 데리고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자주 골목에 모습을 나타낸다. 이상하게도 깔끔하고 편리하게 수리한 그의 집은 세가 잘 나가지 않는다. 며칠 전, 그가 내 옆을 지나갈 때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집주인에게도 세입자의 인격이 중요할 테지만, 약자인 세입자에겐 집주인의 인격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 순간 스쳤다. 바로 그날, 그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다. 조금 전 뒷모습을 보였던 그는 뜻밖에도 혼자였다. 그는 다짜고짜 내가 세입자로 살고 있는지 자기 집에 살고 있는지 물었다. 무례하다 생각되었지만 그가 노인이라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세입자를 좀 구해달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그는 부동산중개 수수료가 아까워 수십 번 동행했던 사람을 따돌리고 나를 찾아온 거였다. 나는 빨리 대문을 닫아버리고 싶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 뒤부터 그는 분명 말랑말랑해 보였을 내가 세입자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지 묻고 다그치기 위해 수시로 우리 집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이시여, 제발 저에게 자제력을 주시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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