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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딸들만 있나” 여성후보 남편들의 외조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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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딸들만 있나” 여성후보 남편들의 외조경쟁

입력
2016.04.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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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3 총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막을 올리면서 후보 가족들의 활약상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외모와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아내, 딸, 아들, 조카들이 네티즌 시선을 한 눈에 끌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유승민 의원은 딸의 유명세 덕에 ‘국민 장인’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이니까요.

같은 가족이지만 이들만큼 눈에 띄지 않은 이들이 있으니 바로 후보 남편들입니다. 이번 20대 총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100명(10.6%) 입니다. 이들의 남편 역시 알게 모르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외조(外助)’에 열심입니다.

유은혜(경기 고양병)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남편 장안식씨가 ‘남편’이라고 새겨진 점퍼를 입고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은혜 후보 사무실 제공
유은혜(경기 고양병)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남편 장안식씨가 ‘남편’이라고 새겨진 점퍼를 입고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은혜 후보 사무실 제공

유은혜(경기 고양병)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남편 장안식씨는 ‘대놓고 외조형’입니다. 전직 보좌관 출신인 장씨는 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에 ‘남편’을 새긴 채 후보(아내)가 잘 가지 않은 곳을 오직 발품에 의지한 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장씨는 “보좌관 시절 지방을 다니며 선거를 치렀던 경험이 있는데다 4년 전인 19대 총선에서 지금 지역구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유권자를 만나는 것 자체는 낯설거나 그런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는 자신 역시 정치에 대한 욕구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내와의) 집안 경선에서 져서 포기했다”고 합니다. 대신 아내를 돕는 것으로 그 욕구를 대신 실현하려 하나 봅니다. 그는 후보 캠프가 부탁하거나 시키거나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낸다고 합니다. 유 후보는 “자극적인 이슈로 눈길을 끌려 하기보다는 성품상 꾸준하고 성실하게 사람들이 마음을 얻는 것이 장점이라 시간이 지나더라도 정말 할 수 있고 지역에 꼭 필요한 정책을 앞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식입니다. 점퍼에 ‘남편’을 새기는 것도 장씨의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장씨는 “좀처럼 재선을 허락하지 않은 지역구에서 아내가 재선의 역사를 쓰는데 적극 돕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정미경(경기 수원무) 새누리당 후보의 남편 이종업씨가 지역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인사하고 있다. 정미경 후보 사무실 제공
정미경(경기 수원무) 새누리당 후보의 남편 이종업씨가 지역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인사하고 있다. 정미경 후보 사무실 제공

정미경(경기 수원무) 새누리당 후보의 남편 이종업씨는 ‘묵묵히 외조형’입니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가 네 번째 국회의원 선거 출마입니다. 18ㆍ19대 그리고 2015년 4ㆍ29재보궐선거 그리고 이번 20대 총선까지 많은 경험이 있고 이씨 역시 선거 경험은 많습니다. 그런데도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돕는다고 합니다. 이씨는 “마이크만 쥐면 얼굴이 빨개지는 성격이라 앞에 나서라고 해도 나설 수도 없다”며 “선거 캠프에 가면 너도나도 적극적으로 나서 뛰겠다며 대장 역할을 하려 하니 나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싶어 조용히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씨는 아내의 선거구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빙 지역으로 꼽히다 보니 체력도 체력이지만 마음을 보살피는데 공을 많이 드린다고 합니다. 그는 “주변에서 걱정하는 얘기를 해주면 후보는 더 불안해 한다”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 주변에는 가급적 걱정보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보면 나름대로 희망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이 역시 후보에게 직접 전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방심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입니다. 그는 비록 명함을 줘도 무시하는 사례가 많고 갈수록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심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이씨는 “아내를 돕기 위해 선거 운동 하는 것 자체는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는 않지만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며 “나중에 자녀들에게 교육 차원에서라도 선거 운동원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손혜원(서울 마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남편 정건해씨가 지역 주민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손혜원 후보 페이스북
손혜원(서울 마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남편 정건해씨가 지역 주민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손혜원 후보 페이스북

손혜원(서울 마포을) 더민주 후보의 남편 정건해씨는 ‘닥치는대로 외조형’입니다. 손 후보나 남편 정씨나 선거판에서는 말 그대로 ‘초짜’입니다. 손 후보가 갑작스레 공천을 받고 출마하다 보니 지역구 후보로 치면 이제 막 걸음마 수준인 셈이죠. 그렇기에 두 사람 모두 미지의 세계를 경험 중입니다. 사실 정씨는 지난해 가을 손 위원장이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으로 온다고 했을 때만 거세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정씨는 “아내나 나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맨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몸을 담으면 밥줄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2번 후보의 선거 운동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나 지인 중 상당수는 상대당 성향이라고 합니다. 그는 “정치적 견해는 다르지만 서로 존중해 주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 부분으로 충돌하지는 않는다”며 “아내가 선거에 나간다니 당연히 적극 돕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척척 숙이면서 인사 잘한다고 해서 후보 캠프 사람들이 ‘폴더맨’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정씨는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고객들을 숱하게 접해서 익숙하다”며 “너무 신나고 즐겁게 운동을 다니니 나보고 ‘이쪽(정치)에 타고 났나 보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한다”고 전했습니다. 당 홍보위원장에 지역구 후보까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아내의 건강이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살뜰히 챙기는 것은 어색해서인지 “체력 관리는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특별히 챙겨주지는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중년 가장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국회의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아내의 뒷바라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겠죠. 주변 사람들 시선도 그렇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조(內助)를 받았으면 받았지 외조를 한 경험이 많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어쩌면 그 동안 받은 내조를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겠죠.

이들 모두 아내에게 바라는 바를 묻자 “아내가 특정 계파에 휩쓸리지 않고 국민을 위해 정치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인이 됐으면 한다”라고 하더군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박진만 인턴기자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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