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다니며 4ㆍ13 총선 출마자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활용도를 놓고 당내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수도권 등 접전 지역이 늘면서 대선 후보 지지율 수위를 다투는 문 전 대표를 최대한 많이 써야 한다는 ‘마당쇠론’과 문 전 대표의 잦은 등판이 선거 운동의 초점을 흐린다는 ‘사공론’이 뒤섞이고 있는 것.
이견의 핵심은 문 전 대표가 광주행 열차를 타야 하느냐 여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3일 제주에서 4ㆍ3희생자 추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가 호남 후보를 돕는 문제에 대해 “광주 출마자들이 요청하면 가능하겠지만 현 상황으로 봤을 때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반 문재인’ 정서를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날 광주 북갑 정준호 후보가 문 전 대표의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촉구한 것에 대해 “거기(호남)에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이 많다”며 “지역 사정을 감안하면 그런 말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고 문 전 대표가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제가 가서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갈 것이며 호남을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호남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경쟁하지만 호남을 넘어서서는 야권이 총선에서 이기고 그 힘으로 정권 교체하라는 것이 절대적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지원유세에 나선 그는 “호남 민심도 그렇다고(자신에게 부정적이라고) 생각 안 한다”며 꼭 호남을 못 갈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은 당연히 김 대표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면서 “하지만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수도권 지원효과에 대해서도 해석이 다르다. 김 대표는 “선거는 전체가 같이 치르는 게 아니다”며 “선거를 끌고 가는 사람, 주체가 알아서 관리해야지 옆에서 딴 사람이 하다 보면 선거 방향이 올바르게 갈 수 없다”고 불편함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이날은 그 동안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았던 김 대표(강서)와 문 전 대표(동작, 중ㆍ성동을, 강동 등)가 지역은 다르지만 처음으로 동시에 서울 유세를 진행했다.
‘더컸유세단’을 이끌고 전국의 후보 지원활동을 진행 중인 정청래 의원은 그러나 “전국을 돌며 느낀 것은 당원과 후보들로부터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 문재인”이라며 “문재인을 싫어한다는 호남 민심은 3번(국민의당) 성향 사람이 만든 허상이며 내가 호남후보라도 문재인에 러브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대표 사퇴 전 영입한 인사들이나 영남, 강원, 충청 등에서 지원을 요청한 후보들을 돕는 식으로 움직일 것이며 호남 지원 유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제주=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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