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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추행 교사 사건 판사가 변호사와 동기라면…

입력
2016.04.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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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중앙지법이 여제자 2명을 강제 또는 위계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A공립고 교사에게 최근 법정 최저형을 내리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교사가 선임한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 2명이 재판장과 이 사건을 맡은 주심판사와 각각 사법연수원 동기인데도 재판부가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선고했는데, 법원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연고관계 사건 회피’ 방침 취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재판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여지를 남겨 국민의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이재석)는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공립고 미술교사 이모(54)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지난달 18일 선고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은 재판부와 변호사들의 관계다. 교사 이씨가 선임한 국내 5위권 A 법무법인의 B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는 이 부장판사와, C 변호사(연수원 41기)는 이씨 사건의 주심판사와 각각 연수원 동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부장판사 1명, 배석판사 2명 구성)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법원에서 유일하게 판사와 일정한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사건은 맡지 않기로 하고 지침으로 운영 중이다. 지침을 보면, ‘고교, 대학교, 대학원, 사법연수원 동기, 같은 재판부, 같은 로펌 근무 등 재판의 공정성에 오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으로서 ‘연고’의 범위를 지침으로 구체화해 사문화된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되살려낼 만큼 사법 불신 근절에 앞장서온 것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는 이런 노력에 흠집을 남긴 셈이다.

이 재판부는 연고 관계에 있음에도 왜 재배당을 고려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한국일보의 해명 요청에 “올 2월 법원 인사 이동으로 재판부가 바뀌며 그렇게 됐는데, 이미 재판이 선고 앞까지 진행된 것이라 재배당 신청 없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즉 재배당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조항인 ‘이미 심리가 상당 정도 진행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학생 다수가 성추행을 당하고 교사들이 이를 묵인해 교장 교사 등 5명이나 기소된 국민적 관심 사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인 법관이 두 명이나 맡아 선고한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고 전까지 갔던 사건이라도 재배당 신청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고가 판결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외부에선 알 수 없다”며 “형식적이라도 연고관계가 있다면 판결 공정성을 의심 받기 때문에 피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선고된 형량을 ‘2015년 양형기준’과 비교해 보면 기준에 맞지 않게 감경된 점도 발견된다. 이씨는 교사라서 청소년성범죄보호법상 신고의무자로 가중처벌(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대상인 동시에, 피해자와 합의(처벌불원)해 특별감경요소에도 해당된다. 양형기준 상 특별가중요소와 감경요소 수가 같으면 기본 형량 범위(청소년 대상 강제 추행의 경우 징역 1년8월~3년4월)에서 형량을 선고해야 해야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를 감경 형량 범위(징역 1년~2년)에 둔 뒤, 위계 추행에 대한 형량을 더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학교 미술교무실에서 제자 A양의 허벅지를 만지고, 두 차례 등 뒤에서 갑자기 껴안으며 양손으로 A양의 가슴을 주물렀다. 앞서 2014년 6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B양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허리를 감싸 안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와 피고인은 모두 항소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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