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세대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는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지정된 가운데 본격적인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카카오는 인수합병(M&A)를 비롯해 신규 사업을 대폭 늘리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출범 10년, 자산 총액 5조 시대 연 카카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2016년 상호출자제한기업 및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에 의하면 카카오는 올 들어 자산총액이 약 5조83억원으로 집계돼 대기업에 지정됐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대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 카카오의 계열회사 수 및 자산총액. 카카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 이후 신규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M&A를 통해 자산을 꾸준히 늘려 갔다. 실제로 2,100억원대에 머물던 자산 총액은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10배에 달하는 2조7,68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자산 총액 3조원을 돌파한 카카오는 같은 해 멜론을 운영하던 로엔을 인수해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로엔의 인수가는 1조8,700억원으로 카카오의 대기업 지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는 이번 발표를 통해 추가된 총 대기업 집단(65개) 가운데 규모가 가장 적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출범 10년 만에 대기업 규제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가 갖는 계열사 주식 의결권의 제약을 받게 될 예정이다.
한편 국내 포털업계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시가 총액 면에서 앞서지만 자산 총액이 4조4,000억원 가량으로 파악돼 대기업 지정에서 제외됐다.
■ 교통·모바일·금융, 카카오 진화는 계속
카카오는 대기업 지정과 맞물려 다양한 사업 확장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택시 블랙'을 통해 콜 택시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는 '카카오내비(前 국민내비 김기사)' '카카오 드라이버(대리운전)'로 교통 O2O 영역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택시는 서비스 출범 후 지난 1년여간 누적 전국 21만명의 기사 회원, 860만명의 승객 가입자와 함께 연간 약 7,500억원의 경제적인 효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카카오택시 1주년 성적표. 카카오 제공
이 밖에 헤어샵 예약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상반기 출시 예정)'과 제주감귤 유통 플랫폼 '카카오파머' 등 다양한 분야로 O2O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 콘텐츠도 카카오의 주력 사업으로 꼽힌다.
카카오는 종합결제 플랫폼 '카카오페이'를 통해 핀테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카드 간편결제, 카드 자동결제, 휴대폰 간편결제, 청구서, 멤버십 등 총 5개의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는 누적 가입자 700만명, 가맹점 800여곳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1일에는 신한카드와 손잡고 '카카오페이 신한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 신한체크카드는 카카오페이 카드 결제 이용 고객에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온라인 쇼핑과 더불어 항공, 뷰티, 책, 영화, 기부까지 카카오페이 가맹점에서 10% 할인을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도 스타벅스와 GS25에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도전한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준비 법인 한국카카오를 통해 지난해 11월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 카카오 제공
카카오뱅크는 넷마블, 서울보증보험, 우정사업본부,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 예스24, 카카오, 코나아이, KB국민은행, 텐센트,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총 10개사가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한 준비법인이다. 오는 4일까지 총 21개 분야에 대한 경력직원 공채를 실시하며 본격적인 출범 준비에 나섰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다음앱 및 다음 모바일 첫 화면 개편을 진행하며 '1boon'을 전면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1boon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콘텐츠부터 사회 이슈, 정치, 예술,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음앱의 쇼핑탭 개편도 진행했다. 쇼핑탭에서 제공하는 쇼핑 콘텐츠 수가 기존 대비 5배 이상 확대돼 이용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시즌과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제공하는 '이슈기획전', 쇼핑 큐레이터들이 화제의 아이템을 엄선해서 보여주는 '1분 쇼핑'이 추가됐다.

▲ 카카오 제공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에 맞춰 '다음 스포츠'를 통한 PC·모바일 생중계와 함께 경기 관련 이벤트, 칼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스포츠 전문 플랫폼'의 이미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영역을 늘려가며 광폭 행보를 보이는 카카오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간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며 스타트업의 좋은 예로 남았던 카카오가 대기업 지정 및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특유의 색채를 잃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최근 지속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지에 대해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준비하는 사업이 워낙 많다보니 전문성이 깊지 않은 분야가 생겨날 수 있고, 일부 업종의 경우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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