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박’ 조사 없이 수리 땐
공직자윤리위 조사도 유명무실

‘주식대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2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차관급 공무원의 편법적인 재산증식 의혹에 대해 아무 조사도 없이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힌 법무부에도 비판이 일고 있다.
법무부 감찰규정 제5조 따르면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자체 감찰할 수 있다. 제22조 2호는 사회적 관심이 사생활 보호의 이익보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 공공의 이익이 현저하게 크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언론에 공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자체 감찰 없이 조만간 진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3일“현재로서 진 검사장에 대한 감찰 계획은 없다”며 “현행법에 따라 공무원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심사는 인사혁신처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시종일관 “개인적 일로 법무부가 확인해줄 사안이 아니다”며 남 일처럼 언론취재에 응했다.
법무부가 아무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할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조사도 유명무실하게 된다.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을 비롯한 재산공개 대상자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 공직자가 아닌 자연인에 대한 조사나 징계 등 후속 조치는 어렵기 때문이다.
진 검사장에 면죄부를 준 셈인 법무부의 태도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전직 검찰 고위간부는 “일반인들은 검사와 법무ㆍ검찰조직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커서 진 검사장 사태로 법무부와 검찰의 신뢰도가 많이 추락했다”며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국민들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측면을 법무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넥슨의 대응도 의혹을 키웠다. 넥슨 측은 “투자자 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진 검사장과 관련한 일체의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넥슨 오너인 김정주 회장과 진 검사장이 대학 동기로 친분이 깊다는 점에서 진 검사장의 주식취득 사실을 김 회장이 몰랐을 리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친구 여러 명이 함께 해외 이민으로 급히 주식을 처분하려는 매도자로부터 넥슨 주식을 사들였다고 해명했으나, 구체적인 주식 구입가격과 매도자 등은 밝히지 않아 진 검사장에 대한 넥슨의 특혜제공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은 2일 법무부 기자단에 “법에 따라 숨김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무부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재산 문제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조사가 필요하면 자연인 신분으로 성실히 응하겠다”고 전했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