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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포기 아닌 도전”… 국내 신약 개발 선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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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포기 아닌 도전”… 국내 신약 개발 선두에

입력
2016.04.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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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로 잘 알려진 동아제약이 신약개발 부서를 독립시켜 2013년 설립한 동아에스티(동아ST)는 국내 제약업체 중 자체 개발 신약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2002년 개발된 위염 치료제 스티렌을 비롯 2005년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2011년 소화불량 치료제 모티리톤, 2014년 항생제 시벡스트로,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 총 5개나 된다.

신약개발 선두를 이끈 비결은 특유의 ‘성실 실패 인정’문화다. 특정 물질이 신약으로 출시될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개발에 성공하지 못해도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인정받은 직원에게는 오히려 포상을 하는 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연구조직 전반에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동아쏘시오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용기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제공
경기 용인시에 있는 동아쏘시오연구개발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용기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제공

첫 국산 슈퍼항생제 신약인 시벡스트로가 빛을 보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시벡스트로는 일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약효가 잘 듣지 않는 슈퍼세균을 치료하는데 쓴다. 동아에스티(당시 동아제약)는 1996년 항생제 신약 연구에 착수, 2001년 경쟁사보다 약효가 16배 좋은 물질을 찾아냈다. 그러나 이듬해 동물실험 중 예상치 못한 독성이 발견됐다. 이럴 때 대개는 개발을 포기한다.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데 성공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에스티는 오히려 다시 시작하자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결국 연구소는 2004년 약효가 크게 개선된 후보물질 DA-71218을 내놓았다. 시벡스트로라는 정식 이름이 붙기 전의 물질 번호인 ‘DA-71218’에서 숫자 1218은 1218번째 후보라는 의미다. 제품화하기 전까지 실패작이 1,217개나 있었던 것이다. 시벡스트로는 2007년 미국 제약사에 수출됐고, 2014년 국내 신약 중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발매됐다. 성실 실패를 인정하는 연구 문화가 없었다면 시벡스트로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 연구개발을 집중해온 전략도 먹혀 들었다. 미충족 수요란 출시된 약은 있지만 완치가 안 되거나 오래 복용해야 해서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을 뜻한다. 신약개발 초창기엔 소화기와 비뇨기계 질환, 2000년대 들어선 항생제와 당뇨병이 미충족 수요로 여겨졌다. 제약업계는 2010년 이후 항암제와 치매, 희귀질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세계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미국 내 자체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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