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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알리려 4년째 1만3700km 걸어온 영국 청년 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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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 알리려 4년째 1만3700km 걸어온 영국 청년 보걸

입력
2016.04.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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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중인 아르준 보걸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
배낭여행 중인 아르준 보걸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

물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4년간 1만3,700㎞를 걸어온 청년이 있다. 그 과정 중 중앙아시아의 대초원에서 이질에 걸리기도 하고, 중동에서는 무장 세력에 납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종 목적지인 호주를 향해 지금까지 온 거리의 절반인 6,500㎞를 더 걸을 예정이다. 싱가포르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물 부족과 해양생물 남획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구 둘레(약 4만㎞)의 3분의 1가량을 양 발에만 의지해 걸어온 영국인 청년 아르준 보걸(27)의 사연을 소개했다.

영국 웨일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친구 키에란 래와 함께 2012년 3월 31일 웨일스 남부 카디프에서 출발했다. 배낭에는 옷가지와 텐트, 물과 최소한의 식량만을 담은 채였다. 지난달 싱가포르에 도착할 때까지 그가 거친 나라는 벨기에,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17개국에 달한다. 대부분 여행지를 걸어서 통과했고, 영국해협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건너올 때만 배를 탔다. 야외에서 캠핑으로 밤을 보내거나 버려진 집을 이용해 숙박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보걸은 “처음에는 친구와의 농담으로 시작했다”며 “그러다가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았고, 후원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이 실현됐다"고 말했다.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는 갈증과의 싸움이었다. 보걸은 “영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지만 여행 중에는 매일 깨끗한 물을 구하느라 사투를 벌여야 했다”고 물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폴란드에서는 짐을 도난 당했고, 카자흐스탄의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걸을 때는 우물물을 마셨다가 이질에 걸렸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비자를 받기 위해 파키스탄대사관에 여권을 맡겨둔 채 돌아다니다가 체포돼 사흘간 구금됐다. 이곳에서 길동무였던 키에란 래는 여행을 포기했다. 심지어 파키스탄에서는 AK-47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에 납치되기도 했다. 결국 현지 군인으로 판명된 이들은 보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그가 다시 여행할 수 있도록 인도 국경까지 안내해줬다.

지난달 25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그는 최종 목적지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카디프를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출발지와 같은 지명인 이곳까지의 거리는 6,500㎞에 달한다. 보걸은 “인도에서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물 부족은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여행을 중계하고 있는 보걸은 “여행이 끝난 후 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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