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아넣어야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 독일이 한발 양보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IMF 고위당국자의 휴대폰 녹음파일이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IMF의 유럽 부문 책임자인 폴 톰슨은 지난달 19일 동료들과의 휴대폰 통화에서 “과거를 보면 (구제금융) 결정이 이뤄질 때는 돈이 심각하게 쪼들려 디폴트를 맞기 직전이었다”며 “이번에도 아마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어서 올 7월까지 질질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구제금융 협상에서 독일에 그리스에 대한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그리스에 빌려준 돈에 손실이 나는 것을 꺼려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톰슨의 발언은 독일에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그리스의 채무상환 만기일인 7월까지 독일과 벼랑 끝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 직전까지 몰리며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올가 게로바실리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통화 내용이 알려진 이날 “IMF의 공식 입장이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는 여건을 만드는 것인지 설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톰슨은 또 통화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채무 부담을 삭감해주지 않을 경우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860억 유로 지원) 프로그램에 IMF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독일 연방 하원의원은 앞서 IMF가 발을 뺄 경우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필요한 유로존의 신규대출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메르켈 총리에게 경고해왔다. 톰슨의 발언은 메르켈 총리의 이러한 약점을 공략해 그리스에 대한 부채 삭감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톰슨의 이번 통화로 3차 구제금융 협상 이면에 감춰졌던 불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 협상이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IMF와 독일 등 유럽위원회간 의견 차도 첨예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측은 이번에 공개된 통화 내용에서 IMF가 독일 등을 협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에게 통화 내용이 IMF의 공식 입장인지 설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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