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취임하는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몇 가지 분명한 외교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엔 새로운 것도 있을 테고 오래된 것도 있을 것이다. 계속 반복되는 문제여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것도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욕심과 중국의 세계적 야심, 러시아의 악의적 야망이 그것이다. 물론 병든 중동의 야심도 있다.
때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가 새 대통령을 맞이하기도 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막 취임했을 때 방위비 지출 증가, 대탄도 미사일 배치, 일부 해묵은 다자간 군비제한 협정 파기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 부시 행정부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이슈들과 마주쳤다. 그 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문제와 싸우느라 부시 정부는 8년을 보내야 했다.
다음 정부가 집무를 시작할 때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몇 가지 가능성이 눈에 띈다. 사우디아라비아부터 시작하자.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돈, 특히 많은 민족국가들이 쇠락하고 극단적인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위기가 예상밖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사우디는 그간 정치적 약점을 놀랍도록 잘 극복해왔다. 안정의 중요한 원천인 왕실을 유지하고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우디는 주로 막대한 석유 수입을 이용했다.
그러한 안정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지만 점점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간 이어지고 새로운 산유국들(예를 들어 이란)이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데도 사우디는 비축된 재산에 손을 대는 방식이 더 이상 손쉬운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대다수 국가의 기준에 비춰보면 사우디의 비축된 재정은 분명히 엄청나다. 하지만 불만에 가득 찬 국민의 열망도 대단하다. 여기에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지역 문제와 중동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이란에 맞서기 위한 재정적 노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할 부담감 역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살만 국왕은 점점 연로해지고 있어, 조만간 양극화되고 급진적으로 변하는 중동 정세 속에서 사우디 최후 심판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다음으론 터키가 있다. 중동 핵심 국가인 터키는 과거부터 계속 반복되는 경제 위기, 몇 차례의 초인플레이션, 많은 터키인들이 약해 빠진 중도좌파ㆍ중도우파 정권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반기는 것처럼 보였던 군사 쿠데타를 겪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터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어떻게든 유지해왔다. 부분적으론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는 야심 덕분이었다. 희망은 늘 국가의 실제 성취보다 더 높게 평가 받는 것 같다. 서방 세계는 터키를 믿을 만한 파트너이자 동맹국으로 여겨왔다.
오늘날 터키는 여러 측면에서 경계 대상 국가다. 신오스만주의 때문이든 이슬람교 성향에다 비판에 민감한 전제군주(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형편없는 구식 통치방식 때문이든 말이다. 터키의 중동 정치 개입은 수상쩍은 데다 투명성이나 일관성이 부족하다.
처음엔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 터키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비호하는 알라위트파 지도층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그를 제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자 편을 바꿨다. 알아사드의 적인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연합을 맺은 것이다. 그 사이 터키 정부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쿠르드 소수민족은 터키를 향해 보복공격을 시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무력으로 쿠르드족을 굴복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언론과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국내의 많은 정적들에게도 무력을 사용해왔다.
터키 국내 정치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터키의 분열은 역사ㆍ사회적으로 오래되고 견고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질적으로 자신의 반대파를 설득하지 못하는 대통령이 통치하면서 이런 분열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 위기가 해결되면 분명 터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혼란에 빠진 시리아에서 탈출해 터키로 향하는 난민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히나 그렇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에 현재 정부의 결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터키는 과거에 그랬듯 작금의 역경을 어떻게든 헤쳐나가 통합과 목적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아닐 수도 있고.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수년간 반복되는 문제들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그런 문제들이 야기하는 위기의 정도나 본질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북한이 그런 경우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나 할아버지 김일성보다 훨씬 위험해 보인다. 주변 국가에 전쟁을 위협하는 성향이 시작된 건 김정은 정권부터가 아니다.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킨 건 김일성이었다. 하지만 핵무기를 개발하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정은의 무모함을 볼 때 차기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최상위로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중국이 주는 위험은 중국의 힘에서 비롯된다. 사실 미국인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중국의 힘이 커져서가 아니라 중국이 약해지기 시작해서다. 중국이 약해지면 중국은 물론 중국 경제력에 의존하는 많은 국가들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미국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든 후보들이 앞으로 직면할 어려움들을 잘 해결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계속 반복되는 어려움이든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이든 말이다. 솔직히 때로 그런 희망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든 실수가 용납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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