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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점령 男 연기돌 "일단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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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점령 男 연기돌 "일단 합격"

입력
2016.04.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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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태양의 후예'에서 철부지 의사 이치훈 역을 맡은 그룹 샤이니의 온유. KBS 제공
KBS2 '태양의 후예'에서 철부지 의사 이치훈 역을 맡은 그룹 샤이니의 온유. KBS 제공

국내 남자 아이돌들이 한꺼번에 무대를 내려와 안방극장 점령에 나섰다. 흉부외과 레지던트, 대형 로펌 변호사 등 전문직부터 천덕꾸러기 청년 백수와 죄수복을 입은 시각장애인까지 ‘연기돌’의 스펙트럼도 다양해졌다.

아이돌의 연기 변신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로 극에 볼거리를 더하는 감초 역에 그치거나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왔다. 최근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는 아이돌은 과 예전과 달리 이제 이들은 손색 없는 연기력과 비중 있는 역할로 드라마의 어엿한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룹 비스트의 이기광(26)은 단연 눈에 띄는 연기돌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첫 선을 보인 MBC 새 월화드라마 ‘몬스터’ 1~2회에서 광기 어린 눈빛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극중 이기광은 부유한 가정의 외아들이었지만 이모부(정보석)의 음모로 부모와 시력을 동시에 잃고 감옥에 가는 이국철의 분노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그의 연기가 드라마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기광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의 고등학생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 SBS ‘미세스 캅’(2015)의 막내 형사까지 각종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도맡아 왔다. 그는 최근 “이제 연기돌이 아닌 연기자 이기광으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JTBC ‘욱씨 남정기’에서 철부지 백수로 열연 중인 그룹 2PM의 황찬성(오른쪽). JTBC 제공
JTBC ‘욱씨 남정기’에서 철부지 백수로 열연 중인 그룹 2PM의 황찬성(오른쪽). JTBC 제공

같은 그룹 집안 싸움에 한창인 연기돌도 있다. 그룹 2PM의 멤버 황찬성(26)과 이준호(26)는 매주 금요일 같은 시간대에 방송 중인 JTBC ‘욱씨 남정기’와 tvN ‘기억’에서 극과 극 매력을 각각 선보이는 중이다. 사고뭉치 자발적 백수 남봉기(황찬성)와 사법연수원 최상위 성적으로 대형 로펌에 입사한 변호사 정진(이준호) 역을 맡은 두 사람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베테랑 연기자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아버지(임하룡)와 하나뿐인 형에게 “나 5만원만”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뻔뻔한 백수 황찬성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무기로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남봉기 캐릭터를 100% 소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 첫 도전인 이준호 역시 배우 이성민과의 ‘남남케미’를 선보이며 어엿한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이미 영화 ‘감시자들’(2013)과 ‘협녀, 칼의 기억’(2015)에서 설경구, 이병헌, 전도연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합을 맞춘 경험 덕분인지 ‘갓성민’이라 불리는 이성민의 에너지에도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열린 두 드라마의 기자간담회에서 황찬성은 “내가 ‘기억’ 팀에 커피차를 보냈더니 준호가 ‘욱씨 남정기’ 팀에 분식차를 보냈다. 응원해가면서 촬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준호 역시 “서로 좋은 드라마에 해 끼치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며 화답했다.

KBS2 ‘태양의 후예’에 출연 중인 그룹 샤이니의 온유(27)는 첫 정극 도전 작품이 소위 ‘대박을 친’ 행운을 맛봤다. 이 드라마에서 부잣집 아들이자 철부지 의사 이치훈으로 등장하는 온유는 드라마 초반 불확실한 발음과 어색한 표정 등을 이유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극중 지진이란 재난을 겪은 뒤 진정한 의사가 되어 가는 이치훈의 성장통처럼 온유 역시 점점 안정감 있는 연기를 통해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태양의 후예’의 한 관계자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순수하고 해맑은 이치훈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그를 평가했다.

아이돌의 유명세만을 앞세워 섣불리 연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연기돌이 출연한 작품의 흥행과 아이돌의 연기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요, 드라마 등 대중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가수 출신 연기자나 연기자 출신 가수에 대한 인식도 과거에 비해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정 평론가는 “그럼에도 연기자로서의 역량은 가장 중요하다. 박유천, 임시완 등처럼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연기력을 쌓아야 연기돌이란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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