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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치가 담아야 하는 것들

입력
2016.04.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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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소란스러운 당내 공천과정을 거쳐서 본격적인 총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달의 국회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내년 연말의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본격적이고 치열한 정치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의 과정은 그 공동체의 주요 현안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공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이란 점에서 시기적으로 지금부터 내년 연말까지의 정치의 과정은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특별하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치인들은 임박한 선거에서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되는 공약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진영논리와 지역주의를 포함해서 기존의 정치 과정에서 통용되었던 수단들을 다시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고,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프레임 속에서 나름의 합리적 선택으로서 투표행위에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과 단체로서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의 이러한 합리적 선택들이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의 집합적 합리적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는 특히 기후변화나 에너지정책 등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하여야 하는 문제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엔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수준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 2100년경의 지구온도는 산업화 이전의 지구온도에 비해 섭씨4도 이상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4도 이상 상승한다는 것은 인류가 지구에서 지금과 같은 문명사회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학적 관측과 분석의 결과는 지난 연말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상에서 참가국들의 만장일치로 ‘각 국가들이 지구 온도의 상승분을 섭씨 2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 이하로 줄이는 최선의 노력을 가능한 빨리 실행하겠다’는 국제적 합의로 이어졌다.

산업사회에서 탄소배출량이라는 것은 결국 그 공동체의 경제활동의 상황과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이므로 역사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탄소배출량의 감소는 극도의 시장붕괴상황 혹은 심각한 장기불황의 경우에나 있었던 일이다. 결국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의 구체적인 모습은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는 경제활동규모의 축소이거나 경제활동규모를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기후변화대응의 문제는 이제 단순히 환경보호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질서로서 정치경제시스템의 재편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각 국가들이 자유무역이라는 국제적 트렌드를 무기로 치열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기후체제하에서 각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략적 수단을 통해 새로운 시대흐름에서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을 둘러싼 각 국가들의 경쟁과 협력의 결과는 결국 각 국가들의 현재 세대 혹은 미래 세대 구성원들이 누리는 부의 크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지금 현재 정치과정에서 흔히 주장되는 민생의 문제 혹은 경제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종국에는 각 국가의 공적인 소통의 과정인 정치과정에서 그 주요한 결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비판과 우려가 함께 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우리 정치는 대한민국의 산업화 및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수준이 높아져왔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정치과정이 근시안적인 이념논쟁이나 계파논쟁에서 벗어나서 기후변화대응을 포함한 장기의 관점에서 민생의 문제와 경제의 문제에 관해서도 고민하고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과 합의의 과정들을 담아낼 수 있는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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