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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젠트리피케이션보다 ‘둥지 내몰림

입력
2016.04.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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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 월화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가 배우 박신양씨의 혼신의 연기를 앞세워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극중에서 조들호(박신양 분)는 노숙자 방화 살인 사건의 피고인 변지식(김기천 분)의 변호사로서 변지식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변지식은 과거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이 손님들로 넘쳐나자 집주인이 식당을 비우라며 자신을 쫓아낸 것에 격분해 식당에 불을 지른 일이 있었고 담당 검사인 신지욱(류수영 분)은 이 부분을 부각시켜 변지식이 방화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조들호와 맞서는 내용이다. 그런데 변지식이 집주인에게 쫓겨나는 장면을 보면서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말이 떠올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을 고급으로 품위 있게 바꾸다’는 뜻의 영어 ‘gentrify’의 명사형으로 본래는 낙후된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서울의 서촌이나 홍익대 주변처럼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문을 연 상점들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임대료가 치솟게 된 결과, 소규모 가게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원래의 동네를 떠나게 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은 그 뜻을 알기 어려운 외국어일뿐더러 본래의 뜻에서 벗어나 부정적인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때문에 더더욱 언중들이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지난달 ‘말다듬기 위원회’회의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으로 다듬어 언중들에게 공포했다. 앞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으로 순화해 사용하자.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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