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엔 뭘 먹지?’라는 질문은 직장인의 일상 고민이다. 영어로는 ‘What should I have for lunch?’라고 하는데 요즘엔 이 질문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선 ‘What should I eat for lunch?’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상대방에게 질문할 때에도 ‘What should you have/eat/get for lunch today?’처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당위성을 강조하는 Should의 쓰임으로 보아 자신의 식욕이나 욕심보다는 건강을 고려한 질문이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뷔페식당 입구에도 ‘All you can eat’같은 문구가 있고 영국에서도 유사하게 쓰인다. 이런 말을 보면 ‘eat lunch’가 맞는지 ‘have lunch’가 맞는지 헷갈릴 수도 있다. 영국 미국을 가리지 않고 원어민들도 두 가지를 혼용해 쓴다. 다만 논리적 분석을 해 보면 ‘점심’을 식사 이름으로 본다면 ‘have lunch’가 맞는 것이고 음식으로 본다면 ‘eat lunch’가 타당할 것이다. 구글 검색을 해 봐도 두 가지 모두 원어민 표현으로 나오는데 ‘아침을 들었느냐’, ‘아침 식사를 했느냐’의 질문으로 확대해 보면 ‘eat breakfast’보다는 ‘have breakfast’가 열 배나 더 많고 ‘eat dinner’보다는 ‘have dinner’의 빈도가 높다. ‘점심 먹다’보다는 ‘점심 들다’의 어감이 나은 것처럼 ‘eat’보다는 ‘have’가 더 낫다는 것이 좀더 설득력이 있을 뿐이다. 문화에 따라 lunch나 dinner의 개념이 조금씩 다르고 식사로 드는 것도 음식보다는 차(tea)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말은 ‘have lunch’로 보인다. 식사 과정에서 들게 되는 것은 수프, 디저트도 있고 주 메뉴 가운데는 단순하게 ‘eating’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따라서 ‘have lunch’, ‘have dinner’ 표현이 더 적합하고 식사 중에는 먹는 특정 음식은 ‘I ate an apple’라고 말할 수 있다. 좀더 확대 응용을 해 보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차 한잔 마실래요?’는 마시는 동작만 강조하지만 ‘차 한 잔 하시겠어요?’는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모임까지 내포해 ‘Would you like to have some tea?’가 ‘Would you like to drink tea?’보다 더 논리적이고 좋은 어감을 준다. 지난 25년의 실제 언어 자료(Corpus, 1990-2015)를 보면 ‘eat lunch’보다는 ‘have lunch’가 두 배 가량 더 사용 빈도가 많다.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에도 ‘I’ll eat beef steak’라고 말하면 먹는 동작을 강조하지만 ‘I’ll have some steak’는 고기를 들겠다는 뜻이다. ‘Let’s eat lunch’는 먹는 동작을 시작하자는 것이지만 ‘Let’s have lunch’는 점심을 들자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술 한 잔 하자’는 표현에서도 ‘Let’s have a drink’가 ‘Let’s drink a shot’과 의미도 어감도 더 낫게 들린다.
사용자가 많아지는 world englishes에서는 기존의 표현을 놓고도 혼동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원어민들이 이런 어구를 혼동하는 것은 다소 의외다. 그리고 모든 표현이 논리로 정리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사한 말의 용례를 통해 그 쓰임을 추적 분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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