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뉴)가 극장 사업을 한다면 당장 (입사)지원해야죠.” 한 영화계 종사자의 말입니다.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요즘 뉴라는 이름이 좀 친숙할 것입니다.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사이니까요.
첫 제작 드라마로 방송계에 파란을 일으킨 뉴는 영화계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인정 받은 신흥 강자입니다. 대기업 계열인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충무로 4대 투자배급사로 꼽힙니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신세계’와 ‘내 아내의 모든 것’ ‘연평해전’ 등 많은 흥행작을 선보였습니다. 2013년엔 한국영화 배급 1위를 차지하며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2014년 중국 화책미디어로부터 550억원 투자를 이끌어내 영화업계에 차이나 머니 바람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코스닥에 상장돼 화제를 뿌렸습니다.
뉴는 기존 투자배급사들이 돌다리 두드리듯 영화를 골라 투자배급을 할 때 숨은 원석을 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해 사세를 키워왔습니다. 타성에 빠진 영화계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김준수 주연의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를 제작해 뮤지컬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충무로 신흥강자의 극장사업 선언
과감한 시도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 온 뉴가 오래 전부터 소문으로 떠돌던 일의 실행에 나섰습니다. 뉴는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극장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영화 투자배급, 뮤지컬 제작, 드라마 제작에 이어 극장 체인까지 운영하며 사업 부문을 하나 추가하게 된 것입니다.
뉴는 CGV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신도림의 한 멀티플렉스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효시로 유명한 한 곳을 비롯해 서울 시내 3곳 정도와도 계약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뉴 관계자는 “우수한 멀티플렉스를 우선적으로 확보해 본격적으로 극장사업을 하려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영화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뉴가 10곳 정도의 멀티플렉스와 계약해 극장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뉴가 ‘태양의 후예’로 대중적인 관심을 끌 때 극장 사업 진출을 발표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발표이니 설득력이 꽤 큽니다.
그럼 뉴가 과연 공룡 멀티플렉스 체인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한국 극장가는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388개 멀티플렉스 중 CGV가 130곳을, 롯데시네마가 107곳을, 메가박스가 74곳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빅3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멀티플렉스 체인이 살아남기는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닙니다. 뉴가 전국 10곳 가량의 멀티플렉스를 운영하게 된다면 아무리 목이 좋은 곳들이라도 덩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빅3는 경계의 눈빛이 강합니다. 2008년 설립된 뉴가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급성장한 사례도 있지만 다른 변수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뉴 대표는 메가박스 설립 주도 경험
우선 뉴를 설립하고 총지휘하는 김우택 뉴 총괄대표의 이력입니다. 오리온 그룹 직원이었던 김 대표는 그룹 인사에 따라 극장 일을 맡으면서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영상 사업에 진출하려던 대우그룹이 휘청거렸고, 구조조정을 위해 영상 관련 기업들을 시장에 내놓습니다. 영화 전문 채널 DCN(현 OCN)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건설 중이던 멀티플렉스 등이 오리온으로 넘어가게 됐고, 오리온은 자연스레 영상 산업에 진출하게 됩니다. 당시 코엑스 멀티플렉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메가박스 설립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가 김 대표입니다.
오리온은 극장 사업을 확대하면서 영화 투자배급업에도 뛰어들어 쇼박스를 세웁니다. 김 대표는 메가박스 상무를 거쳐 쇼박스 대표를 맡으며 영화 상영과 투자배급 업무를 두루 섭렵하게 됩니다. 2010년대 들어 뉴가 충무로의 태풍의 눈이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뉴가 극장 사업을 시작한다면 차별화된 전략으로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입니다. 뉴는 화책미디어와 손잡은 뒤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공동 개발해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다른 영화로 만드는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단순 합작을 넘어선, 중국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콘텐츠 생산 능력이 아직은 한 수 아래라고 하지만 성장 속도를 볼 때 한국을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최근 ‘중드’ 덕후들이 양산되는 상황을 보면 꽤 설득력 있는 분석입니다. 중국과 파이프라인을 대고 있는 뉴가 양질의 중국 콘텐츠를 한국에서 공급하게 된다면 뉴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영화업계는 뉴의 극장 사업 진출을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덩치는 크게 키우지 못해도 ‘강소 멀티플렉스’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호의적인 분석도 나옵니다. 관객들은 어떨까요. 극장 관계자들은 거세진 경쟁에 죽을 맛이겠지만 극장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은 일단 관객들에겐 좋을 일 아닐까요. 가뜩이나 CGV가 차등가격제로 논란을 일으키는 요즘이니 뉴를 향한 응원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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