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3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유세에 가담한 후보자 가족들이 연일 화제입니다.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딸인 유담씨를 비롯, 가족들이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면서 ‘딸들의 전쟁’,‘아내 열전’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반면 유세에 동원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이 빗나가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족도 있습니다.
‘국민 조카’ 삼둥이가 대표적입니다. 방송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다수의 열성팬을 보유한 배우 송일국씨의 아들 대한, 민국, 만세에게 이번 총선은 할머니인 김을동(서울 송파병) 새누리당 의원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삼둥이는 유세는커녕 김 의원의 홍보 현수막에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송일국씨와 아버지 김두한 전 의원까지 버젓이 실렸는데 말이지요. 이유는 미성년자의 선거운동 참여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60조 때문입니다. 후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은 공무원일지라도 참여가 가능하지만 미성년자는 제외되는 것입니다.
대구에서 지역주의 벽 허물기에 세 번째 도전하는 김부겸(수성갑)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딸인 탤런트 윤세인(본명 김지수)씨는 산후조리 때문에 불참했습니다. 19대 총선과 2014년 6ㆍ4 지방선거(대구시장)에서 아버지의 유세를 적극 도운 윤씨는 당시 수려한 외모로 화제를 모은 원조 ‘미모의 딸’입니다.
호남 출신 독립운동가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 살아있었다면 친손자인 김종인(비례대표 2번) 더민주 선대위원장의 유세를 ‘적극 돕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신군부가 참여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전력 탓에 호남 민심 얻기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최근 전북 유세에서 전주 덕진공원의 ‘김병로 동상’과 전북 순창 소재 조부의 생가를 예정 없이 방문하는 등 호남 연고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가족의 유세 참여가 연일 화제이지만 이들의 지원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 듯합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불참했다간 온갖 유언비어에 휘말리기 십상입니다. 6ㆍ4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아내 강난희씨가 유세현장에 나오지 않자 상대 후보였던 정몽준 전 의원 측에서 해외출국설 등을 제기, 논란이 된 바 있지요. 당시 안 좋은 기억 때문인지 강씨는 최근 더민주 후보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비롯, 총선에 출마한 박 시장 측근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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