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화려했으나 끝은 초라했다. 뜨거운 기대 속에 첫 방송을 타며 시청률 12.7%(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한 뒤에는 환호도 더욱 커졌다. 화제를 이어가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가면서 사랑을 받는 흔치 않는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이었다.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젊은 출연자들이 또 다른 인기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시리즈와 만났으니 금상첨화라는 수식이 어울렸다. 하지만 마무리는 영 개운치 않았다. 1일 막을 내린 tvN 여행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아프리카’는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을, 제작진에게는 쓴 약을 남겼다. 2일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이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은 이유다.
‘꽃보다 청춘-아프리카’ 최종회는 후일담 형식으로 꾸며졌다. 나미미아와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돌아온 일명 ‘쌍문동 4인방’(고경표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이 서울 도심 한 건물 옥상에 모여 여행 중 겪은 일들을 재현하고 되돌아보는 모습으로 꾸며졌다. 출연자들은 볶음밥을 해먹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추억을 되새겼고 웃음꽃을 피어냈다. 일상으로 돌아와 각오를 다지는 모습도 나왔다.
훈훈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으나 프로그램이 야기한 논란이 찬바람으로 작용했다. 출연자들이 나미비아의 한 숙소에 머물 때 가운을 입고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투숙객들이 함께 이용하는 수영장에서 알몸 수영을 한 장면이 떨쳐낼 수 없는 부담이 됐다. 매너가 없고 어리석은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는 품위 유지 위반 판정을 받았다. 제작진은 방송 자막을 통해 ‘경솔한 모습으로 시청자 분들께 실망과 불편함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거침 없이 시청률을 상승시켜 왔던 ‘꽃보다 청춘’으로서는 불명예를 하나 떠안은 셈이다.
비매너 논란도 문제였지만 엇비슷한 출연진이 등장해 적은 돈으로 특정 지역을 여행하는 식의 포맷도 이제는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능과 결합한 유사 여행프로그램이 늘어나며 덩달아 개성을 잃게 된 ‘꽃보다 청춘’으로서는 풀어야 할 과제다. 1일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의 시청률은 4.1%를 기록했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방송임을 감안해도 첫 회에 비하면 많이 낮은 수치다. 지난달 26일 시청률은 6.3%였다. 첫 회보다 반토막났다고는 하나 케이블채널에서는 눈에 띄게 높은 시청률이다. ‘꽃보다 청춘’ 시리즈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좀 더 흥미로운 출연진 구성이 이뤄지고 돌발 변수만 잘 통제한다면 언제든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꽃보다 청춘-아프리카’의 종방에 대해 시청자들은 아쉬움 섞인 불만을 많이 남겼다. “아이슬란드, 아프리카 모두 돈 아끼는 컨센트가 망친 것… 출연진이 착했다는 점도 있지만 돈 아끼느라 그 나라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함”(kt_o****) “맨날 똑 같은 옷, 똑 같은 길, 똑 같은 멘트… 진짜 팬이니까 참고 봤지, 재방송 같았어요”(dain****) 등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란에 올렸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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