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능력은 얼마나 기금을 잘 '불리는'지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들의 노후 보장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성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최근에 국민연금이 작년에 749곳의 주주총회에 참가해 불과 10.1%만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수기' 논란이 일고 있다.
■ 막강한 권력, 10%만 쓴다
국민연금의 권력은 국가에도 비견할 만큼 엄청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는 돈은 500조원 상당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 수준이다. 게다가 홍완선 기금본부장에 따르면 이 규모는 계속 증가, 6년 후에는 1,00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금으로 기금운용본부는 30일 기준 무려 259개사에서 대주주의 자격, 5%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대부분이 재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우량기업ㆍ대기업이다. 10%가 넘는 지분을 가진 곳도 59개사나 된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빈도는 매우 적다. 기금운용본부는 작년에 주식을 보유한 791개사 중 749개사의 주주총회(상정안 2,836건)에 참가했지만, 반대표를 던진 것은 불과 10.1%(287건)이었다. 그나마 2006년에 3.7%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지만, 의결권 행사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 '운용 효율' - '경영권 침해' 주장 대립
시민단체 등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국민연금 기금이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인 만큼, 국민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경영투명성,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사안에 적극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의무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금을 투자한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은 이를 위해 주주총회에서 다른 주주들, 특히 오너를 적극적으로 견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금은 국민의 소유지만 기금운용본부는 정부 기관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은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사외이사의 임기가 지나치게 길다는 등, 기금 수익 제고와는 관련이 없는 근거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기업 투명성을 제고하라는 시민단체의 주장 역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아닌 법의 문제다"비판했다.
■ 국민연금, "옳은 판단 했을 뿐"
이런 논란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반대수가 늘어난 것은 반대를 행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 확대를 목표로 장기적 시점에서 각 건마다 세부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은 2005년부터 의결권 행사지침을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총 13조와 47개 세부조항으로 된 이 지침에는, 3조에 '국민연금 가입자ㆍ가입자이었던 자 및 수급권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도 포함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연금은 기금 확대라는 목표를 위해 올바른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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